중앙일보 2016.10.07. 00:23
영국 아이들은 각 단계를 매주 1시간씩 6주 동안 탐구한다. 어떤 앱을 만들지 토론하고 왜 이 앱이 사회에 필요한지 발표하고 친구들의 지적을 받아 구상을 수정한다. 그 과정에서 인터넷으로 자료 수집하는 법과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발표하는 법을 함께 배운다. 더불어 그들이 사는 사회와 시장을 배운다. 이 사회는 어떤 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하는가, 나는 어떤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사회에 기여할 것인가.
사실 진짜 문제는 코딩(Coding·컴퓨터 프로그래밍)이 아니다. 세계의 코딩 교육 열풍, 그리고 한국 코딩 교육의 현주소를 진단한 본지 시리즈 ‘코딩 교육에 미래 달렸다’를 취재하며 자주 든 생각이다. 컴퓨터 교육계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강조한 얘기도 바로 그것이었다. 그들은 코딩을 가르쳐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면서도 “진짜 중요한 건 코딩이 아니다”고 했다. 무슨 말인가.
시리즈 1회에 소개된 영국 6학년 학생의 코딩 교육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진짜 중요한 게 뭔지 알 수 있다. 정인기 춘천교대 교수팀의 분석에 따르면 영국 6학년 학생은 1년 내내 모바일 앱을 만든다. 이미 다섯 살 때부터 250시간이 넘게 코딩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다. 앱 만들기 교육과정은 6단계로 나뉜다. 첫째, 앱 기획으로 어떤 앱을 만들고 왜 만드는가. 둘째, 프로젝트 관리로 우리 팀에선 누가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인가. 셋째, 시장조사 단계로 비슷한 앱은 어떤 게 있고 우리는 어떻게 앱을 차별화할 것인가. 넷째, 앱의 메뉴는 어떻게 나누며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 다섯째, 어떻게 프로그래밍해 앱을 완성할 것인가. 끝으로 어떤 마케팅을 해 시장에 앱을 퍼뜨릴 것인가.
이 질문은 우리 사회 전체가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붙잡고 가야 할 질문이다. 온 세상이 소프트웨어로 연결되고 소프트웨어가 모든 것을 움직이는 디지털 혁명의 시대 말이다. 그 질문을 던지는 법을 영국의 학생들은 다섯 살 때부터 배우고 있다. 컴퓨터 교육계가 우려하는 점이 바로 이것이다. 한국 학생들이 이런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법을 배우고 있는가.
“산업혁명의 동력은 수학이었다. 4차 산업혁명에선 코딩이 수학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2014년 초·중·고교에 코딩 공교육을 도입하며 당시 영국의 교육부 장관이 한 말이다. 산업혁명의 나라 영국은 다음 혁명이 이미 시작됐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미국과 프랑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중국과 일본은 적어도 우리보다는 앞서있다. 이 흐름에 한발 뒤처진 한국이 언제까지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수식어를 유지할 수 있을까. 혁명이 오면 기존 질서는 순식간에 바뀌는데 말이다.
임미진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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