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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 뉴턴보다 현명했던 워런 버핏의 스승

바람아님 2016. 10. 5. 09:16

(조선일보 2016.10.05 김기훈 이코노미조선 에디터)


김기훈 이코노미조선 에디터미국 대선과 북한 금융 제재 같은 정치 이슈만큼 민감한 사안들이 글로벌 경제에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 대선 토론에서는 정책 불확실성이 적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우세했다. 
그러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경험한 월스트리트맨들은 '유권자들의 불확실성'에 불안해하고
있다. 중동 국가들이 주도하는 OPEC(석유수출국기구)이 8년 만에 석유 감산에 합의하자 국제 유가가 
올랐다. 하지만 미국 셰일가스 업체들은 "석유 생산량을 늘리겠다"며 유가 향방을 애매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일본은행은 마이너스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를 0% 수준으로 올려 관리하겠다고 선언해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대체로 중앙은행은 초단기 금리인 기준금리만 결정하고, 
워낙 변수가 많은 장기 금리에는 손대지 않는다.

세계경제에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전대미문의 처방이 또 등장하는 이유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써온 극약 처방의 약발이 떨어지고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병은 깊어 세계 각국은 파격 처방을 계속 내놓는다. 
하지만 이 파격 처방이나 경제의 불확실성은 개인들에게는 전혀 예상치 못하고 당해야 하는 큰 위험이다. 
예컨대 금리나 유가가 급변하면 개인의 집값이나 주가도 급등락한다. 
이러한 위험과 기회의 소용돌이 속에서 개인들은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까. 과감하게 자산을 운용해야 할까. 
아니면 신중하게 현금을 움켜쥐고 있어야 할까. 
이 문제에 관해 미국의 투자자였던 벤저민 그레이엄(1894~1976)의 지혜를 언급하는 금융 전문가가 많다.

그레이엄은 월스트리트에서 온갖 금융 위기를 겪으며 큰 성공을 거두었고 만년에는 컬럼비아대 교수가 되어 후학을 길렀다. 
워런 버핏은 그의 제자였다. 
그레이엄미신과 점괘, 불확실성과 위험이 가득한 주식시장에서 살아남는 법을 이렇게 설명한다. 
"주식시장은 오래 유지될 수 없는 낙관론과 근거 없는 비관론 사이에서 영원히 움직이는 진자(振子)이다. 
'현명한 투자자'는 비관론자로부터 주식을 사서 낙관론자에게 파는 현실주의자이다." 
그는 "인간은 아무리 주의해도 오류를 범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항상 절제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레이엄의 충고와 달리 절제를 하지 못한 사례로는 아이작 뉴턴이 꼽힌다. 
뉴턴은 1720년 무역 회사인 '남해'의 주식을 사서 100% 수익률을 내며 7000파운드를 벌었다. 
그러나 수개월 뒤에 주가가 급등하자 훨씬 높은 가격에 다시 샀다가 2만파운드를 잃었다. 요즘 돈으로 30억원이 넘는다. 
뉴턴은 "천체의 운동은 계산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광기는 도무지 예측할 수 없다"고 투덜거렸다.

그레이엄은 뉴턴 같은 사례에 대해 
"열정은 삶의 많은 영역에서 성공에 필수 요소이지만 월스트리트에서는 대부분 재앙으로 끝난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에게는 높은 IQ나 비범한 통찰력이 아니라 감정이 건전한 사고 틀을 부식하지 않도록 통제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성장·저금리 속에 불확실성과 위험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시대에는 열정보다는 냉정이, 큰 이익보다는 손실을 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뛰어난 지도자가 한국 경제를 저성장과 패배주의 밖으로 끌어낼 때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