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활용한 복원..과학자들의 도전

네안데르탈인 복제의 '핵심'은 바로 DNA 분석이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물은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이라는 네 개의 염기가 수십억 개 배열돼 있다. 이 DNA는 RNA를 거쳐 생명 현상에 필수적인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종(種) 간 차이는 이 DNA 서열에서 결정난다. 이 글을 읽고 있을 독자와 기자의 염기서열 차이는 30억 염기쌍 중 약 400만개에 불과하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프리카 사람들과 동양인의 차이는 700만~800만개 정도다.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의 차이는 얼마나 될까. 박종화 울산과기원(UNIST) 생명과학과 교수는 "많아야 1500만~2000만개 정도"라며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네안데르탈인의 DNA만 복원하게 되면 절반 이상은 해결된다. 이후 DNA 합성기계를 활용해 네안데르탈인의 염기(A-G-C-T)를 만들어 이어 붙인다. 조병관 KAIST 생명과학과 교수는 "DNA를 이어 붙여 세포에 넣은 뒤 이를 난자와 결합시켜 주면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 배아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이를 대리모의 자궁에 안착시키고 수개월이 지나면 호모 사피엔스와는 다른 네안데르탈인이 태어날 수 있다. 강태홍 동아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잘 복원된 매머드의 사체에서 완벽한 DNA를 찾아낸 뒤 이를 코끼리 자궁을 이용해 매머드를 부활시키겠다는 처치 교수의 생각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며 "과학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간단히 설명했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DNA 추출이 어렵다. 3만년 전 사라진 네안데르탈인의 화석에서 온전한 DNA를 추출해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 미생물에 오염돼 다른 DNA가 섞여 있거나 수만 년이 지나는 과정에서 파괴됐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미세한 DNA 조각을 증폭시켜 염기 서열을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이 많이 개발되면서 네안데르탈인의 특성을 알아낸 여러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인간지놈프로젝트처럼 완벽한 서열은 알아낼 수 없다. 박종화 교수는 "아직까지 호모 사피엔스가 알고 있는 네안데르탈인의 염기서열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단지 호모 사피엔스와 비교해 어느 정도 차이가 난다는 데이터만 갖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30억개에 가까운 염기를 이어 붙이는 것도 이론상으로 가능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는 남아 있다. '합성생물학(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인공 생물을 만드는 학문)' 기술이 발달하면서 크레이그 벤터 미국 크레이크벤터 연구소 박사가 올해 초 53만1000개의 염기쌍을 이어 붙인 인공 미생물을 만들었지만 30억개를 붙이는 것은 아직까지 불가능하다. 강태홍 교수는 "DNA 염기를 이어 붙이는 기술이 있지만 길이가 길수록 사람이 조절하기 어렵다"며 "인간 DNA 구조와 단백질도 만들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유전자 가위가 떠오르고 있다. 원하는 DNA만 골라낼 수 있는 유전자 가위를 이용하면 네안데르탈인 복원에 조금은 가까워진다. 사람의 배아 DNA에서 네안데르탈인이 갖고 있는 유전자 염기서열만 골라서 바꾼 뒤 이를 착상시키면 '완벽한' 네안데르탈인은 아닐지라도 비슷한 형태를 갖고 있는 네안데르탈인을 만들어낼 수 있다.
과학기술 발전으로 이 같은 장벽이 모두 무너진다 하더라도 윤리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 대리모뿐만 아니라 네안데르탈인이 태어난다 하더라도 그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이 없다. 네안데르탈인은 말도 할 줄 알았으며 도구를 사용하는 등 현생 인류와 여러모로 비슷한 특성을 갖고 있는데, 동물원에 가둘지, 연구소에 가둬 놓고 연구를 해야 하는지 난감하다. 그를 사회로 내보내는 것도 여러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강태홍 교수는 "고대 인류가 살았던 시기와 현재는 환경도 많은 차이가 난다"며 "유전자는 환경에도 영향을 받는 만큼 무턱대고 네안데르탈인을 복원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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