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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고립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미국이 세계의 경찰 노릇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동맹국은 이제 미국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자국의 방위에 나서라는 메시지이다. 트럼프는 한국이 북한의 핵 위협에 놓이게 된다면 한국이 자국 보호 차원에서 핵무장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공언대로 주한미군 철수와 한국의 핵무장 용인 등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한반도에서 안보 지도가 바뀌는 지각 변동이 일어나게 된다.
“이겼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오른쪽)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자가 9일(현지시간) 대선 승리가 확정된 직후 뉴욕 힐튼 미드타운 공화당 선거캠프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
일부는 트럼프는 한다면 하는 인물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기존의 정치가와는 완전히 다른 인물로 한·미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항공모함처럼 쉽게 방향을 바꾸기 어려워 트럼프가 집권해도 한·미 관계는 큰 틀에서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는 또한 한국 등 무역 상대국을 겨냥해 대대적인 통상 압력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 협정으로 미국이 일방적인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게 그의 인식이다. 한·미 양국은 재협상을 통해 이 같은 불평등 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트럼프가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트럼프 집권을 맞아 한·미 관계가 중대한 갈림길에 처한 상황에서 한국의 박근혜정부가 위기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가 트럼프의 외교 안보팀과 정밀 조정을 할 수 있는 외교 역량을 발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의 대북 정책도 오리무중이다. 그는 김정은 정부와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5월 로이터통신과의 회견에서 “그와 대화를 할 것이고, 대화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북한도 힐러리 클린턴보다는 트럼프가 당선되는 게 북한의 국익을 위해 더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트럼프가 극적으로 북한과 대화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미국 대선 한국 경제·외교·안보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향 당정 협의에서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제원기자 |
트럼프가 북한과 직접 대화를 시도하거나 북한에 대한 공격을 시도하는 경우에 한국은 선택의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 직접 대화가 이뤄지면 한국이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 1990년대 북·미 대화가 이뤄졌을 때 한국이 협상장 밖으로 맴돌던 악몽이 되살아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트럼프가 북한의 핵 시설 등을 겨냥한 선제 타격을 검토하면 한국이 동의할 수가 없다. 이 같은 사태가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고, 한국의 인명과 재산 피해를 고려할 때 이를 추인하기 어렵다.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으로 한국은 미국을 상대로 생존이 걸린 외교전을 치러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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