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건이 터지면서 온 국민의 분노는 폭발했다.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격노한 나머지 해서는 안 될 일마저 저지를 때가 있다. 최근 최순실 사건으로 구속된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씨가 그의 신체적 특징으로 많은 이의 조롱거리가 됐다. 심지어 한 여성 의원은 가발을 벗은 그의 외모를 두고 “차라리 다 밀고 나와야지”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누가 됐든 본인이 알리기 꺼리는 신체적 특징은 아예 언급하지 않는 게 기본 중 기본이다. 비리가 문제지 외모에는 죄가 없다.
최씨의 신발이 ‘프라다’이고 딸 정유라씨의 양팔에 문신이 새겨진 것도 무관하긴 마찬가지다. 딸 정씨가 혼전 임신을 했다 한들 후에 정식 결혼하고 애도 낳았다. 못마땅할 수 있지만 단죄해야 할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여론의 화살이 빗발치고 있다.
최씨의 사건을 맡았다고 선임 변호사의 전력이 까발려지는 것도 사회병리적 현상이다. 어떤 죄인이라도 의뢰를 받았다면 그를 위해 재판정에 서는 게 변호사의 사명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존경했던 변호사 출신의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 그는 서부 개척 시절 빈발했던 철도회사와 주민 간 분쟁을 여러 건 수임했다. 한데 사건에 따라 때로는 철도회사, 다른 때는 주민 쪽을 옹호해 위선자라는 욕을 먹었다. ‘노예 해방의 아버지’로 칭송받지만 링컨은 한 번도 흑인 노예 편에 서지 않았다. 대신 도망쳤던 흑인 노예를 잡아오는 사건을 맡아 주인 입장을 철저히 변호한 적밖에 없다. 이런 게 변호사다.
어떤 악인이라도 변호받을 권리가 있다. 누구나 최소한의 존엄성은 지켜줘야 하는 것이다. 상대가 최순실 일당이라고 이마저 허락되지 않는다면 문명사회라 부를 수 없다.
남정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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