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와 뇌물·횡령·권력 남용 등 ‘한국병의 전형’ 보여줘”
미국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 포스트>가 ‘박근혜 스캔들’이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불명예 퇴진을 이끌었던 ‘워터게이트’보다 더 심각한 사건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16일(현지시각) “박근혜 스캔들은 치유되지 않는 부패라는 ‘한국병’을 보여준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대통령이 연관된 이번 사건이 부패와 뇌물, 횡령, 권력의 남용 등 ‘한국병’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한국병’이란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이 앞선 군사정권의 폐해와 부정부패를 두고 한 말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번 스캔들을 ‘박근혜 스캔들’로 규정하며 상세히 그 내용을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이라는, 아무런 공식 직함이 없는 민간인에게 자문을 받아왔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졌다”며 “최순실씨는 기밀 문서인 대통령 기록물을 받아보고, 대통령과의 친분을 이용해 7천만달러 규모의 기업 출연금을 두 개의 재단을 통해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역시 대학 입학 비리에 연루되어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박근혜 스캔들’이 여전히 한국에 광범위하게 남아있는 ‘한국병’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삼성이나 현대, 엘지 등의 대기업 관계자들이 재단 출연금을 두고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전하며 “특히 삼성의 경우, 주력 상품이었던 휴대폰 ‘갤럭시 노트 7’이 배터리 폭발 문제로 단종되면서 어려운 시기에 이번 스캔들로 위기가 하나 더 늘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검찰 조사를 받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언급하며 한국의 검찰 역시 정치검찰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저명한 검찰 출신이자 박근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한 수석은 최순실씨를 도왔다는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며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검찰 소환 사실을 보도했다. 신문은 이어 “출세라는 맹목적인 목표에 사로잡힌 검사들이 개인적 친분을 이용해 대기업이나 청와대 등에서 일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매우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한국에서 드러나는 부패는 부분적으로 정부 주도의 산업화와 공동체를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이 과거 산업화 시절 삼성이나 현대와 같은 대기업들을 지원했고, 당시 만들어진 정부와 기업간의 관계가 여전히 한국 사회에 강하게 남아있다”고 봤다. 신문은 “한국에는 ‘호의’(favor)라는 개념보다 더 강한 의무와 기대가 녹아있는 ‘부탁’(butak)이라는 단어가 있다”는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한국은 공동체를 매우 중시하는 국가이고, 이 때문에 개인적 관계에서 견제와 균형을 만드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한국문제 전문가 스테판 해거드 교수는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기밀 문서, 재단, 대학 등 이번 스캔들은 현재 진행 중인 법률 위반의 모든 범위를 보여준다”며 “이는 워터게이트보다 더 큰 스캔들”이라고 지적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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