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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령의 올댓비즈니스] 실리콘밸리 스타 사업가가 트럼프를 지지한 까닭은?

바람아님 2016. 11. 19. 07:59

( 2016.11.19 박소령 스타트업 '퍼블리' 대표)


피터 틸 '제로 투 원'


박소령 스타트업 '퍼블리' 대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속보를 확인하고,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피터 틸의 책 '제로 투 원'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것이었다.


피터 틸은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창업가이자 투자자로서, 

2012년 모교 스탠퍼드 대학에서 강의한 스타트업 수업 노트가 대단한 인기를 끌며 베스트셀러 저자로 

등극했다. 2015년에는 한국어판 출간을 맞이하여 서울에도 방문했다. 

국내 '스타트업/테크'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을지라도, 

이름을 모를 수는 없는' 책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반(反)트럼프 분위기가 강렬했던 실리콘밸리에서 공개적으로 꿋꿋이 트럼프를 지지한 예외적 인물로 화제가 됐고, 

트럼프 정부 인수위원회 집행위원 16명에도 포함됐다. 인수위 중 유일한 IT 업계 인사다.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제로 투 원'에 계속 등장하는 '창업가'라는 단어를 '대통령'으로 바꾸어 읽으면 많은 것이 이해된다. 

그는 1990년대부터 급소화된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혜택이 소수 베이비부머 엘리트 계층에 집중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이로 인해 소득불평등이 심화됐지만 사회 기득권층은 눈을 감았고, 

그들은 오히려 위험 회피적이며 안정 지향적인 선택을 내렸다는 것. 

피터 틸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시대는 명확한 낙관주의자들이 거침없이 진보하며 대담한 계획을 제시하고 실현해 온 

1950~60년대의 미국이다

(읽다가 'Make Great America Again!'이라는 트럼프 캠페인 구호를 혹시 피터 틸이 만들었나, 잠시 생각했다).


피터 틸 '제로 투 원'

제로 투 원 / 저자 : 피터 틸,블레이크 매스터스

이지연 옮김/ 한경BP/ 2014/251 p/ 부록 : DVD 1매

325.1-ㅌ99ㅈ/ [강서]2층종합실


피터 틸이 트럼프를 바라보는 시각은 

'아직 가보지 않은 길, 새로운 길을 만들어낼 수 있는 창업자'에 가까운 듯하다. 

그는 우리 사회가 '이상하고 극단적으로 보이는 창업자들에 대해 더 인내해야 하고, 

단순하고 점진적 발전을 뛰어넘는 특이한 개인들을 필요로 한다'고 결론 맺는다. 

물론 인내의 한계가 어디인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남지만 말이다.


따라서 이 책은 단순히 경제경영서가 아니라, 정치나 철학 카테고리에 포함되어도 이상하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정치와 경제가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강도가 점점 더 높아져 가는 요즘, 

트럼프 정부 시대의 개막을 앞두고 '생각하는 연습을 해보는 자습서'의 역할을 충실히 한다. 

도표가 많아서 금방 읽히는 것도 장점이다.



※전 맥킨지 컨설턴트이자 스타트업 '퍼블리'의 박소령 대표가 새로 연재를 시작합니다. 

지금까지 경제경영 분야의 서평을 써주신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