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美臺대화에 美中 신냉전 갈등 개막하나..한반도 안보지형 영향

바람아님 2016. 12. 4. 23:46
연합뉴스 2016.12.04 12:44

中 "대만의 장난질"로 규정..트럼프 비난 삼가며 신중 접근
미중관계 한반도 안정에 '빨간 불'..세계 경제 타격 불가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37년간의 금기를 깨고 미국-대만 정상 간 대화를 시도함으로써 미국과 중국이 신냉전적 갈등시대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당선인이 즉흥적인 판단이 아니고, 기존 판을 뒤흔들어 장기적으로 새로운 미·중 관계를 모색하려는 차원에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의 전화통화를 했다면, 그 파장이 미·중 관계 전반의 갈등으로 확장될 수 있어서다.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깨고 대만과 정상 간 대화를 시작으로 중국을 압박한다면 그 갈등이 환율·통상 등 경제 분야는 물론 외교·군사·안보 분야로까지 확산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미국이 대만을 대(對) 중국 압박 카드로 쓰면, 기존 남·동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맞물려 동북아 안보지형 불안으로 이어질 것이고, 그 반작용으로 중국은 자국 영향력이 큰 북한과 결속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돼, 북핵문제 해결을 둘러싼 한반도 외교 안보에도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 37년만의 미국-대만 정상 통화…의도된 도발인가

트럼프 당선인과 차이 총통의 전화통화 사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는 게 외신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양측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2일 저녁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가장 먼저 보도했고 AP통신 등이 뒤따랐다. 미국과 대만 정상의 전화통화는 1979년 단교 후 처음 이뤄진 것이었다.

집권도 하기 전에 미·중 간에 대형 외교분쟁을 초래할 행동을 했다는 비난이 일자, 트럼프 당선인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대만에 수십억 달러어치의 군사 장비는 팔면서 나는 축하 전화도 받지 말라는 것이 참 흥미롭다"고 반박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당선인의 핵심 외교 고문인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를 이번 전화통화의 배후로 꼽았다.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의 대(對)아시아 외교의 파탄 위험을 무릅쓰고, 전화통화를 시도했다는 분석도 곁들였다.

미 주요 언론매체들은 앞으로 미·중 관계의 신냉전적인 긴장 고조와 불안전성 확대 등을 지적하고 있으나, 공화당 의원 일부는 트럼프 당선인의 대만 접근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미국 안팎에선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기존 미국-대만 관계에 변화를 주고, 그걸 통해 미·중 관계를 재정립하려 한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나오고 있다.

◇ 中 일단 "대만 장난질"로 규정…트럼프에 신중한 접근

민감한 사안이어서인지 중국의 실무외교사령탑인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직접 나서 반응했다.

왕 부장은 우선 "대만 측이 일으킨 장난질(중국어로 '小動作')로 국제사회에 이미 형성돼 있는 '하나의 중국'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그 의미를 축소했다.


그는 이어 "미국 정부가 수십 년간 견지해온 '하나의 중국' 정책도 바뀌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은 미·중 관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초석으로 이런 정치적 기초가 어떤 간섭을 받거나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대만이라는 문제 당사자 가운데 대만에만 초점을 맞춰 비난한 것이 눈에 띈다. 독립성향의 차이 총통이 집권 후 몇 달 만에 지지율이 반 토막 날 정도로 곤경에 처하자 장난질을 쳤다는 것이다.


그 대신, 취임 전인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비난과 공격은 공개적으로는 삼갔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물밑작업을 통해 트럼프 당선인에게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차 강조하면서, 기존의 미·중 관계를 유지하려 할 것이라는 외신들은 관측하고 있다.

◇ "압박하겠다" 공개 선언했던 트럼프에 '불안한' 중국

그런데도 중국은 불안하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미 대선 기간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산 제품에 대해 4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던 탓에 이번 대만 총통과의 전화통화를 불길하게 여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환율을 조작해 수출경쟁력을 높여 저가 상품을 미국에 쏟아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그는 선거 기간에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에 대해 "우리는 중국이 미국을 계속 강간(rape)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아울러 "중국이 통화를 절하하고 있으나 우리 정부에는 이에 대처하는 사람이 없다", "중국이 자신들의 국가를 재건하는데 미국을 마치 돼지저금통처럼 활용하고 있다", "미국에서 돈을 빌려 가고 있고 이는 합리적이지 않다"고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특히 집권도 하기 전에 자국 대기업의 해외공장을 미 본토로 옮기도록 하겠다는 '리쇼어링(Reshoring)' 공약 실천에 나서 냉난방 기기 제조업체인 '캐리어(Carrier)'의 해외이전을 막고 나서 중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중국 당국은 물론 중국인들은 '중국 때리기'를 바탕으로 대통령 자리를 따낸 트럼프 당선인이, 이제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시도한 데 주목하고 있다.

◇ 미·중 관계 불안정, 한반도에 '경고음'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는 3일 트럼프-차이잉원 전화통화가 중국이 82일 만에 동참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통과된 직후 나온 데 주목했다.

북한이 5차 핵실험을 도발한 데 대해 미국이 주도해 강력한 안보리 제재안을 마련하려 했으나, 북한에 생명줄 역할을 하는 중국이 북한 주민의 생계를 이유로 제재 동참에 미적거리면서 결의안 통과가 지연돼 지난 1일에야 정식으로 통과됐다.

사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그동안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나서 압박해야 한다고 요구해왔으나, 중국의 비협조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며, 이런 인식은 트럼프 차기 행정부와도 공유했을 것으로 보인다.


WSJ는 "트럼프와 차이잉원의 통화가 미·중 관계를 불확실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의 미·중 협력을 잠재적으로 위험하게 하고 있다"면서 대표적인 이슈로 '북한'을 꼽았다.

그동안 갈등과 대립의 미·중 관계를 보면 미국은 '대만 감싸기'를 통해 중국을 자극했고, 이에 중국은 한·미·일 동맹 구도에 맞서 북한과의 관계 강화로 맞섰던 적이 적지 않다.


◇ 미·중 갈등 본격화, 세계 경제 불안 조성

WSJ는 "미·중 양국은 세계 경제 운용 문제에서 기후변화 문제까지 전반에 대해 협력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후 미국-대만 관계 복원을 시도한다면 상황이 매우 복잡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산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는 '강수'를 둔다면, 중국 역시 '강 대 강'의 반격을 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중국은 미국의 최대 채권국이라는 점에서 미국에 큰 타격을 줄 카드를 가졌기 때문이다.

이미 미·중 경제 갈등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 측이 중국 등에 소재한 미국 대기업들의 공장의 본토 이전을 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은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에 아웃소싱한 해외공장들은 현지의 기술력과 임금 수준 맞춤형으로 설계된 것이어서, 트럼프 당선인의 강권으로 해당 공장들이 미국으로 이전해온다고 해도 미 노동자의 고임금으로 인해 해당 기업의 제품들이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며, 겉으로는 여유 있는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미국에 대응할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처럼 세계 경제 1, 2위 국인 미·중 간 경제전쟁이 본격화하면 그 여파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폭풍의 '전조'를 예상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