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질 다음 도미노는 어디인가.”
앞으로 6개월 간 유럽에서 있을 네 개의 굵직한 선거를 두고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쓴 표현이다. 오스트리아·이탈리아·네덜란드·프랑스다.
서구에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에 이어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진, 기성 정치에 맞서는 포퓰리즘(Populism·대중주의)의 강풍이 대서양을 다시 가로질러 유럽 대륙을 강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곳이라도 넘어갈 수 있단 얘기다. 현재로선 여론조사란 풍향계를 믿을 수 없는 처지다.
◇오스트리아: 유럽에선 그 동안 사회당·노동당 등 좌파 진영의 부진을 포퓰리즘 정당들이 대체하는 양상을 보여 왔다. 근래 영국 선거에서 노동당의 아성에서 영국독립당(UKIP)의 몰표가 쏟아져 나오는 게 그 예다. 스페인의 40여년 좌우 양당 체제가 무너진 것도 사회당이 더 부진해서였다. 오스트리아 대선도 그런 양상이다.
1945년 이후 오스트리아를 이끌어왔던 좌우 양당의 후보들이 올 4월 대선 1차 투표에서 고배를 마셨다. 깜짝 1위를 한 게 자유당의 노르베르트 호퍼 후보다. 자유당은 1950년대 나치 전력자들이 세운 극우 정당이다. 최근 들어선 반이민·반이슬람 색채를 강화하며 지지세를 늘렸다.
호퍼 후보는 결과적으로 부실 관리 의혹으로 무효로 결정된 결선 투표에서도 3만 표만 졌을 뿐이다. 4일 다시 치르는 결선투표에서 호퍼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그럴 경우 2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에서 처음으로 극우 성향의 국가 수반이 나오는 셈이다.
대통령이 상징적인 자리라곤 하나 장관 임면권과 의회 해산권이 있다. 호퍼는 “대통령으로서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한 터다. “브렉시트로 EU가 중앙집권적으로 바뀌면 EU 잔류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분야 세계적인 전문가인 슈테판 게를라흐는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를 통해 “호퍼의 당선은 유럽의 불확실성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탈리아: 좌파 진영에서 그나마 건재한 지도자였던 마테오 렌치 총리가 개헌 국민투표 국면에서 휘청대고 있다. 상원의 힘을 빼는 게 골자인데 렌치가 총리직을 걸면서 역풍이 불고 있다. 렌치에 대한 신임 투표 성격으로 바뀌면서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반대(42%)가 찬성(37%)을 앞섰다.
유럽에선 렌치가 사퇴할 경우 이탈리아가 더한 위기로 빠져들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당장 은행들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EU 성향인 오성운동이 제1당을 넘보고 있고, 또 다른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인 북부리그가 동반 상승 중이다. 이로 인해 장차 이탈리아의 EU 잔류 여부도 논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죽하면 오랜 렌치 비판자였던 볼프강 쇼이빌레 독일 재무장관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내가 이탈리아인이라면 비록 정파가 다르긴 해도 렌치의 승리를 원할 것”이라고 거들었을 정도다.
◇네덜란드·프랑스: 네덜란드의 극우정당인 자유당은 여론조사에선 강세를 보이다 막상 투표함을 열면 그보다 못한 결과를 보이곤 했다. 이번엔 다를 수 있다는 예상도 만만치 않다. 만일 자유당이 10석 이상의 차이를 보이며 1당에 오른다면 아무리 10여 개의 정당이 이합집산을 통해 연정을 꾸리는 방식이더라도 자유당을 정부에서 배제하긴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프랑스에선 집권당인 사회당이 지리멸렬한 가운데 우파인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 후보와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이 결선 투표에서 다퉈, 피용이 승리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공감대다. 피용 후보가 그러나 공공 부문 삭감과 노동시장 개혁 등 프랑스 기준으론 삼키기 쓴 경제 공약을 내걸고 있어 결선에서의 표 확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선거 결과와 관계 없이 “이들이 이미 무역·이민부터 사회 정책까지 유럽 정치의 모습을 만들어가고 있다”(이코노미스트)는 진단도 나온다. 네덜란드 하원에서 지난달 29일 일부 공공장소에서 부르카 착용 금지를 의결한 게 대표적이다. 기성 정당들도 동조했는데 스키 마스크 등도 함께 금지시킨 만큼 종교 중립적이란 주장이다. 프랑스의 피용 후보도 무슬림들에게 “프랑스 사회에 동화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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