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만물상] 청와대 리모델링

바람아님 2016. 12. 17. 08:57
(조선일보  2016.12.17 이하원 논설위원)

미국 MIT의 토머스 앨런 교수는 '건축과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2007년 사람들 간 물리적 거리가 멀어질수록 원활한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5m 떨어진 거리에 같이 있을 경우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날 확률은 약 25%였다. 
하지만 80m 밖에 있을 경우엔 5%로 대폭 줄었다. 물리적 거리와 커뮤니케이션 확률은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앨런 교수 이론은 15m 안쪽에 있어야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진다고 해서 '15m의 법칙'이라고도 한다. 

▶1991년 완공된 지금의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근무하는 본관과 비서실이 있는 위민관은 500m 떨어져 있다. 
비서실장, 안보실장이 대면 보고하려면 차를 불러 타야 한다. 아니면 10분 가까이 부지런히 걸어야 한다. 
커다란 본관엔 사실상 대통령 혼자 있다. 빨간 카펫이 깔린 계단을 통해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가면 문에서 책상까지 
15m 거리다. 2008년 첫 출근한 이명박 대통령이 한마디 했다. "테니스 쳐도 되겠구먼." 

[만물상] 청와대 리모델링

▶이번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 5명 중 가장 실세였다는 김기춘씨는 
1주일에 한 번도 박근혜 대통령을 못 보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대통령이 관저에 머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경우 자전거를 타고 가 보고서를 전달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지금의 청와대 구조가 의사소통을 방해한다는 지적은 수없이 제기됐다. 
그래서 지난해 국회가 청와대 재배치 예산을 배정하려 했다. 
그걸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이 딱 잘라 거절했다. "소통에 문제가 없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그제 "대통령이 된다면 청와대를 없애고 국민에게 개방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이 구중궁궐 같은 곳에 있으니 민심도 못 듣고 문고리 권력이 생긴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구중궁궐이란 아홉 번 거듭 쌓은 담 안에 대궐이 있다는 뜻이다. 
2012년 유력한 대선 주자였던 안철수 의원, 
2007년엔 정동영 당시 대선 후보도 청와대를 옮겨야 한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었다. 

▶청와대를 어떻게 하든, 대통령과 참모들이 같은 건물에 있도록 하는 것만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동시에 청와대 비서실 규모 역시 대폭 축소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장관 위에 청와대 비서관이 있고, 그 위에 수석 있고, 다시 그 위에 비서실장이 있는 식이다. 
멀리 동떨어진 곳에 있는 대통령, 비대하고 막강한 비서실이 지금 우리 청와대다.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정계 원로는 "극단적으로 하면 정치·경제특보와 총무비서관, 대변인만 있어도 된다"고 했다. 
세계 역사에서 비서들의 힘이 커서 잘 된 조직은 없었다.



긴급상황때 벙커에 모이는 시간… 백악관 5분, 청와대는 20분

( 2015.11.07 최재혁 기자 선정민 기자 김아진 기자)


[靑 건물 재배치]


-국회, 靑에 수용 재요구키로

대통령 호출땐 車타고 이동

비서동에서 본관 가려면 관문 2개·경비초소 거친 뒤 검색대 통과 절차도 마쳐야

"靑 건물들 非실용적 배치, 靑 추진이 쉽지 않으면 국회가 나서 바꿔야"


청와대에서 근무해 본 인사들은 거의 전부가 

"참모들이 대통령을 만나려면 10분 넘게 이동해야 하는 현재의 청와대 배치는 문제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청와대에서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本館)과 참모들이 사용하는 위민관(爲民館·비서동) 사이의 거리는 500m다. 

이명박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동관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총장은 

"참모가 자기 사무실에서 대통령 집무실 안에 들어가는 시간을 따지면(걸어서) 20분은 족히 걸린다"고 했다. 

촌각을 다투는 안보 위기나 국가 재난에선 심각한 판단 지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시간이다.


실제 지난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벌어졌을 때,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긴급 회의를 소집했지만 실제 회의가 시작된 시간은 소집 후 15~20분이 지난 뒤였다. 

당시에 근무했던 여권(與圈) 인사는 "안보실에서 본관까지 보고를 하러 왔던 시간까지 합치면 20분도 넘게 걸렸다"고 했다.

미국 백악관은 같은 건물에 대통령과 참모들 사무실, 위기대응실까지 함께 있기 때문에 5분도 걸리지 않는다. 

또 신속하게 드나들 수 있는 구조였다면 작년 세월호 사태 때 불거졌던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 논란 같은 일은 

벌어지지도 않았을 거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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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기와 건물)과 비서진이 근무하는 위민관이 500m 떨어져 있어 이동에 10분 넘게 걸린다. 

집무실 내부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공간을 대부분 비워둬, 참모들이 토론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형태다(왼쪽 사진). 

반면 미 백악관은 대통령과 참모들이 같은 건물 내에서 일하며, 집무실도 대통령과 참모들이 둘러앉아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오른쪽 사진). /김지호 기자, 청와대·백악관 제공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김효재 전 새누리당 의원은 "기본적으로 대통령과 참모들 간 거리는 버저를 누르면 2초 내에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어야 수시로 대화를 할 수 있지 않으냐"라며 "세상의 어느 나라도 대통령 내지 총리 집무실이 이런 식으로 

참모들 사무실과 떨어진 경우는 없다"고 했다.


◇과거 근무자 "말도 안 되는 구조"


과거 근무자들은 현재의 구조는 "요즘 시대에 말도 안 되는 배치"라고 했다. 

이명박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었던 곽승준 고려대 교수는 "대면 보고를 위해 본관까지 가더라도 앞의 대통령 일정이 늦어지면

다른 업무를 보지 못한 채 무작정 대기실에서 기다려야 한다"며 

"같은 건물이라면 자기 사무실로 갔다가 오겠지만, 굳이 본관까지 간 상태에서 다시 왕복 30분 정도를 오가는 데 허비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무현 청와대 행정관이었던 권혁기 새정치연합 전략기획국장은 "비서동에서 본관으로 한번 가려면 관문 2개와 경비 초소를 

통과해야 하고 검색대 통과 절차도 거쳐야 한다"며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 내에서 (또 다른) 청와대로 존재하는 것은 일종의 퇴보"라고 했다. 김대중 청와대 경제수석이던 

강봉균 전 민주당 의원은 "현 청와대 내 건물들이 실용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구조인데,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면 당연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청와대 대통령실장이었던 임태희 전 노동장관은 

"청와대가 저런 구조로 있는 한 청와대 내의 소통 문제는 영원히 해결되지 못하는 숙제가 될 것"이라며 

"임기제 대통령이 추진하기 쉽지 않으면 국회가 나서서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동관 전 수석은 "전화로 지시를 내릴 수도 있지만, 대면하는 상황이 아니면 대통령의 표정이나 느낌을 

(참모들이) 잘 모를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이 바로 권위적 소통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국회가 추진해 줘야"


전직 청와대 근무자들은 최근 여야(與野) 의원들이 '청와대 재배치 추진 예산을 주겠다'고 밝힌 것을 계기로 "이번 기회에 

국회와 청와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현 정부에서 재배치 설계 등 준비를 끝내고 다음 정부가 인수위나 

임기 초반에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것이다. 

김영삼 정부 청와대 2부속실장이었던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은 "청와대 건물 재배치는 해야 하고, 

지금이라도 대통령은 비서실을 더 자주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노무현 청와대에서 춘추관장을 지낸 서영교 새정치연합 의원은 

"현재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에 비서진 방을 더 배치하든지, 아니면 비서동 리모델링을 통해 대통령 집무실을 배치하고 

대통령이 참모들과 더 자주 만날 수 있는 재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노무현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이제 누가 집권하든 이 문제를 통치 효율성 및 원활성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