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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 매화가 벌써 피어부렀소…금둔사 납매 꽃망울 활짝

바람아님 2017. 1. 2. 23:25
[중앙일보] 입력 2017.01.02 15:41

'어허, 매화가 벌써 피어부렀소'

지난해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에 순천 금둔사 지허(76)스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섣달(음력 12월)에 피는 매화가 올해는 벌써 피어부렀소. 지금 한 서너 송이 피었는데, 나만 보기 아깝네이~." 

스님은 내심 "정유년 새해 소식으로 매화를 전했으면 하네" 했지만, 게으름 때문에 곧바로 순천까지 내달리지 못했다. 지난 주말도 시간을 그냥 보내고, 부랴부랴 순천에 사는 지인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했다. 이 엄동설한에 꽃구경이 어디랴. 열흘 전 서너 송이 피었다는 매화는 그새 번졌다. 사진을 전해준 지인은 "세어보면 수십 송이는 되겠더라"며 "이달 말이면 활짝 피겠는걸" 한다.

금둔사 매화

금둔사 매화

금둔사 매화

금둔사 매화

금둔사 매화

금둔사 매화

금둔사 매화

금둔사 매화


‘홍매’라고도 하고 ‘납매’라고도 하는 금둔사 토종매는 사실 여행 담당 기자들에게 스테디셀러다. 특히 꽃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찾는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에겐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한반도 통틀어 가장 먼저 꽃소식을 전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납매의 '납(蠟)'은 음력 12월이란 뜻이다. 그러니까 금둔사 납매화가 피는 때는 음력 설 전후다. 올해는 예년보다 훨씬 일찍 꽃이 피었으니 이 소식이 전해지면 작가들의 발걸음이 더욱 분주해질 것이다.

스님이 산 아래 낙안에서 옮겨 심은 토종매는 꼭 30년이 됐다. 당시 낙안에 있던 고목은 십 수 년 전 사라지고 이제 근동의 토종매는 금둔사에 있는 여섯 그루뿐이다. "아마도 남도에서는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는 게 스님의 말이다. 스님은 매일 새벽 도량석을 하기 전, 매화나무에 들러 상태를 살핀다.

"납매는 날이 따뜻하다고 해서 일찍 피는 것이 아니여. 땅이 꽝꽝 얼어야 건강한 매화가 나제. 꽝꽝 언 다음에 날이 풀린 듯하면, 그때 어김없이 꽃이 핀 단 말이여. 참말로 기특하제."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ng.co.kr, 사진 서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