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美·日·獨 기업 유턴 '붐'..한국만 열외

바람아님 2017. 1. 10. 23:39
매일경제 2017.01.09 17:50

◆ 2017 신년기획 만사통통 코리아 / ③ 지원법 제정에도 한국유턴기업 급감 ◆

도널드 트럼프가 예상을 뒤집고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격전지였던 '러스트 벨트'(미국 중북부의 제조업 쇠퇴 지역)에서 압승을 거둔 덕분이다. 국외로 나간 1000여 개 공장을 미국 본토로 돌아오게 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트럼프의 '리쇼어링(Reshoring)' 공약이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오는 20일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트럼프의 기업 때리기는 점점 거세지고 있다.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기업은 물론 일본 등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도 미국 내에 공장을 세우지 않으면 엄청난 '국경세'를 물리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결국 피아트크라이슬러가 1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내 공장을 세우기로 했고,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선제적으로 미국 내 공장 신설 계획을 밝혔다.


정치인들이 표심을 잡기 위해 리쇼어링을 강조하고 있지만 본질은 기업 유치전이다. 지역을 통(統)합하고 세계와 소통(通)하기 위해서는 국적을 뛰어넘은 '기업 모시기'가 불가피하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는 리쇼어링 열풍을 잘 활용해 자국 기업의 유턴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제조업 분야에서 '스마트 공장' 열풍이 거세다. 이는 리쇼어링 경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독일 아디다스가 값싼 인건비를 찾아 아시아로 공장을 이전했다가 스마트 공장을 구축하면서 본국으로 돌아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은 '빈 수레'만 요란하다. 한국은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유턴 기업 지원법'(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을 2013년 8월 제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까지 국내로 복귀하겠다고 지자체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기업은 85곳에 불과하다. 2013년 37곳으로 '반짝'했을 뿐 2014년 16곳, 2015년 9곳에 이어 지난해에도 9곳에 그쳤다. 대기업 중에는 LG전자가 유일하다.


각종 당근을 제시하며 GE GM 보잉 등의 본국 유턴을 지원했던 미국과 혼다 도요타 파나소닉이 돌아온 일본, 아디다스의 국내 복귀를 이끈 독일과 대조적이다. 박영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은 "리쇼어링은 신세계화 시대에 자국 제조업 체력을 강화하기 위한 열쇠"라며 "한국형 리쇼어링 붐을 조성해 제조업 르네상스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 <용어 설명>

▷ 리쇼어링 : 생산비 절감 등을 이유로 국외로 나간 기업이 본국으로 돌아오는 현상을 말한다. 공장을 국외로 이전하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의 반대 개념이다.


[특별취재팀 = 고재만 차장 / 서동철 기자 / 전정홍 기자 / 김정환 기자 / 안갑성 기자 / 부장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