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사대부들은 엄격한 유교 윤리를 지키며 살았던 탓에 의복이나 살림살이는 신경 쓰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선비들도 멋 부리기와 먹고사는 일에 은근한 관심을 기울였다.
사대부 남성이 외출할 때 착용한 갓만 해도 조선 후기에 이르면 윗부분인 모정이 좁아져 머리에 제대로 쓰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양반들은 갓이 뒤로 넘어가지 않도록 손으로 끈을 부여잡고 다녀야 하는데도, 유행했던 좁다란 갓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민주 한국학중앙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쓴 '조선 사대부가의 살림살이'는 사대부의 의생활과 살림살이를 조명한 책이다. 선비들이 가사를 부인에게만 맡기지 않고, 손수 의복을 마련하고 돈을 벌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저자는 박지원의 소설 '양반전'을 통해 사대부 남성이 지켜야 할 기본자세를 소개한다.
예컨대 양반은 아무리 더워도 버선을 벗지 않고, 밥상을 대할 때는 반드시 정장을 갖춰 입어야 한다. 또 갓과 망건을 벗고 상투 바람으로 나앉으면 안 된다는 규칙도 있었다.
16세기 문신 유희춘이 쓴 '미암일기'에는 사대부 남성이 자신의 복장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나온다. 그는 관리들의 집무복인 흑단령을 비롯해 관복을 입을 때 착용하는 모자인 사모와 허리에 두르는 각대를 지인들에게 빌리곤 했다.
또 조선 후기 이조판서를 지낸 서유구의 '입원십육지'에는 복식 관리법과 모자 세탁법에 관한 내용이 상세하게 남아 있어 양반들이 직접 빨래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어 저자는 다산 정약용이 남긴 글을 인용해 선비들이 살림살이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밝힌다.
다산은 아들에게 뽕나무 심기를 추천했는데, 뽕나무는 환금성이 좋은 데다 누에를 키워 명주를 짜면 의생활을 해결할 수 있고 열매인 오디는 약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저자는 "기라성 같은 대학자들도 모두 살림살이에 힘을 쓰지 않을 수 없었으며, 그것이 인간의 도리라고 생각했다"며 "살림살이를 신경 쓰는 것이야말로 바로 학문을 하기 위한 전제조건임을 강조했다"고 말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조선의 사대부' 시리즈 중 12번째 책이다.
160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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