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걸작도
전문가들이 손꼽는 겸재의 명작 3점에는 1740년대 '금강전도'와 1751년작 '인왕제색도'가 있으며, 이 한 점도 거론된다. 겸재가 말년인 1750년대 개성의 명물 박연폭포를 그린 '박연폭도(朴淵瀑圖)'다.
앞의 두 점이 삼성미술관 리움에 소장돼 있는 반면 박연폭도는 개인 소장이다. 이 그림이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 걸린다. 15일 개막하는 대형 기획전 '한국 미술사의 절정'전에 출품돼 관람객의 발길을 모을 전망이다. 국내 전시장에 이 그림이 나온 것은 7년 만이다.
시원스럽게 수직으로 떨어지는 폭포의 물줄기가 단연 압권이다. 폭포를 바라보는 갓을 쓴 선비들의 모습이 아주 작아서, 귀여운 느낌을 준다. 겸재의 눈에 비친 폭포는 실제 폭포보다 거대하고 웅장했나 보다. 겸재 작품 중 회화적 재해석이 일품이어서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무가지보(無價之寶)'로도 일컫는다.
'한국 미술사의 절정'전에 출품되는 작품은 겸재를 포함한 작가 다섯 명의 작품으로 총 16점이다. 수량보다 중요한 것은 가치다. 16점의 보험가액만 따져도 4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전시를 기획한 이태호 명지대 교수는 "박연폭도 한 점이면 겸재의 예술세계를 통합해서 다 보여주는데 구태여 겸재의 다른 소품을 곁들일 이유가 무엇이 있겠느냐"며 자신했다.
조선 후기 대표 풍속화가인 단원 김홍도의 '죽하맹호도'도 강렬하기 이를 데 없다. 조선 최고의 묘사력을 갖춘 단원의 작품으로는 그 실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걸작으로 손꼽힌다. 그림에 쓴 황기로의 화평처럼, 진짜 호랑이도 놀랄 만큼 사실감이 넘친다.
근현대 거장으로는 이중섭과 박수근, 김환기가 선정돼 겸재·단원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이중섭의 은지화 두 점과 유화 '복사꽃 가지에 앉은 새', 박수근의 유화 '여인' '독서하는 소녀' '초가집' 등 넉 점이 걸린다. 경매시장에서 가장 비싼 작가로 군림하고 있는 김환기의 유화 '산월'과 4점의 점화도 눈길을 끈다. 모두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최고의 명작들이다.
18세기에 제작된 '백자대호' 2점도 나온다. 김환기가 글과 말로 예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림으로도 자주 그렸던 달항아리다. 달항아리는 위아래를 따로 만든 다음 이 둘을 붙여 가마에 굽는 바람에 좌우가 살짝 일그러지는 것이 보통이다. 비대칭의 투박한 아름다움이 질리지 않는 달항아리의 매력이다.
이 교수는 "이중섭의 필획과 박수근의 화강암 기법이 각각 추사 김정희의 글씨와 마애불상에서 비롯됐듯, 이번 전시에 엄선된 작가들이 추구한 것은 바로 우리만의 전통 미학"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미술의 최고를 보여주겠다는 야심으로 기획된 이 전시는 2004년에 열린 '20세기 7인의 화가들' 기획전의 시즌2 성격을 띠고 있다.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소장자들로부터 어렵게 빌린 작품들을 안전하게 전시하기 위해 전시 기간에 야간 경비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5일부터 28일까지. (02)732-3558
[이향휘 기자]
[노화랑 홈페이지]
겸재 정선_박연폭포_1750년대_종이에 수묵_119.7cmx52.2cm
단원 김홍도_죽하맹호도_1790~1800년대_종이에 수묵담채_91.3x34.3cm
이중섭_복사꽃 가지에 앉은 새_1955년경_종이에 유채_54.5x37cm
박수근 | 독서하는 소녀 | 1955년 | 캔버스에 유채 | 22 x 14 cm
김환기 | 무제 22-Ⅲ-70 #158 | 1970년 | 캔버스에 유채 | 150 x 101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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