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오므리고 앉지 못해? 쯧, 여자가 조신하지 못하게 말이야.”
할아버지 한 분이 버스에 타더니 앞자리에 앉은 여자 승객에게 대뜸 소리를 질렀다. “이러니 나라 꼴이 엉망이 돼!” 그리고 온 버스 안을 휘저으며 같은 말을 반복했다.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면서도 나도 모르게 시선을 내려 발끝을 확인했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부터 그런 생각을 주입받아 왔다. 나는 초등학교 때 바느질을 못한다고 ‘여자답지 못하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같은 반 남자아이는 조용히 책을 읽기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남자답지 못하다’고 평가됐다. 여자다운 것과 남자다운 것이 무엇일까. 여자아이는 가정적이고 순종적이며, 남자아이는 씩씩하고 용감해야 하는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지만, 과거에서부터 내려온 고전적이고 틀에 박힌 성별관이 여전히 만연해 있다. 그리고 이는 종종 차별적인 대우로 이어진다.
사람 성격은 남자냐 여자냐로 결정되지 않는다. 모두가 나름대로의 성격과 특성이 있다. 그리고 그 성격에 맞는 역할을 맡을 때 즐겁고 행복하게 잘해낼 수 있다. 남녀라는 획일화된 성별관에 따라 사회에서의 내 역할을 고정시켜서는 안 된다. 나는 조신하다기보다는 활발한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반드시 조신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단어에 대해 한 번씩 더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나는 ‘나다움’과 관계없이 ‘조신함’을 강요받고 있지는 않았을까?
윤예린 숭실대 건축학부 1학년
◆ 대학생 칼럼 보낼 곳=페이스북 페이지 ‘나도 칼럼니스트’(www.facebook.com/icolum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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