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는 물질적 바탕을 지녔다
이념은 신경세포들에 담긴다
당연히 이념은 바꾸기 어렵다
북한에의 인식은 바꿀 수 있다
안 지사는 북한에 대해 말하라
이념은 바꾸기 어렵다. 먼저 이념은 갖가지 정보들이 유기적으로 조직된 복합체다. 그렇게 거대한 복합체를 한꺼번에 다른 것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음, 사람이 지닌 이념은 육체적 바탕을 지녔다. 물리학자 롤프 란다우어의 구호대로 ‘정보는 물질적이다(Information Is Physical)’. 우리 마음속 정보들은 뇌의 신경세포들에 담긴다. 거대한 정보들의 복합체인 이념이 바뀌려면 수많은 신경세포가 구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 일엔 큰 비용이 들어가므로 누구도 이념이나 신념을 쉽게 바꾸지 못한다. “신은 주사위를 굴리지 않는다”면서 양자역학을 끝내 외면한 아인슈타인은 증거를 엄격히 따르는 과학자들까지 그러함을 보여준다.
셋째, 뇌 속에 먼저 자리 잡은 이념들은 경쟁력이 크다. 사람의 천성과 직관에 맞는 이념들은 쉽게 마음속에 자리 잡는다. 합리적이지만 반직관적인 이념이 먼저 자리 잡은 인기 높은 이념을 대치하는 일은 어렵다.
한국의 좌파 지식인들의 이념적 복합체는 세 부분으로 이루어졌다. 근본적 부분은 사회의 구조와 변화를 설명한 마르크스주의다. 그 위에 마르크스주의를 구현한 공산주의 체제에 관한 견해가 자리 잡았고, 다시 그 위에 북한 정권에 대한 태도가 자리 잡았다.
북한 정권의 사악함은 이미 오래전에 드러났고, 북한 정권 자신이 날마다 우리에게 그것을 일깨워준다. 자연히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것은 최소한의 지적 정직만으로 가능하다.
위에서 살폈듯이 안 지사가 평생 의지해 온 마르크스주의의 틀을 버리리라 기대할 수는 없다. 이념이 뇌의 구조에 바탕을 두었다는 사실은 그런 변신을 불가능하게 한다. 공산주의 체제에 대한 견해를 바꾸는 것도 무척 어려울 것이다. 자신이 배운 역사 지식들을 거의 다 버리고 새로운 역사 지식들을 습득하는 일이 어찌 쉽겠는가? 결국 그가 당장 바꿀 수 있는 것은 북한 정권에 대한 태도다. 지금 시민들이 바라는 것도 그것일 터이다.
근자에 안 지사는 상당히 바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 변신엔 아마도 도지사로 일한 경험이 작용했을 것이다. 무슨 일이든 사회의 구성 원리를 거스르면 잘 안 되므로 도지사로서 일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그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원리를 배우는 줄도 모르고 배웠을 것이다. 실은 그것이 그의 주군 노무현 대통령이 밟았던 행로다.
이제 안 지사는 북한 정권의 사악함과 죄과들을 지적하고, 북한 정권과 타협해서 대한민국의 건강과 안보를 해치지 않겠다고 확약해야 한다. 나아가 시장경제를 따르려고 진지하게 노력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구성 원리인 시장경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대통령이 되더라도 나라를 제대로 이끌 수 없다.
안 지사의 이념적 변신은 보기보다 너른 뜻을 지녔다. 그는 마르크스주의를 유난히 깊이 받아들인 세대에 속한다. 어느덧 그 세대가 우리 사회의 주역이 되었다. 사회를 이끄는 세력이 되면 책임이 따른다.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낡은 이념을 지키면서 실재하는 체제를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당연히 부족하다. 사회를 이끌려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해 배우고 이해해야 한다.
지금 ‘386세대’의 뇌에선 이미 자리 잡은 마르크스주의 세계관과 현실이 끊임없이 보내오는 새로운 지식들이 거세게 부딪친다. 그 싸움의 결과에 우리 사회의 운명이 적잖이 달렸다. 뇌에서 일어나는 이념적 싸움은 보이지 않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싸움은 없다. 투표도, 시가전도 그 싸움의 결과를 확인하는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
복거일 소설가
'時事論壇 > 時流談論' 카테고리의 다른 글
'中의 속박에서 벗어나자'던 '독립문의 의미'를 아시나요 (0) | 2017.03.06 |
---|---|
[朝鮮칼럼 The Column] 아스팔트에 세운 국회 (0) | 2017.03.06 |
[강천석 칼럼] 누가 이런 한국을 두려워하랴 (0) | 2017.03.04 |
"중국의 수준과 민낯을 이번에 봤다..한국 자강 기회로 삼아야" (0) | 2017.03.02 |
[남정호의 시시각각] 탄핵 심판 후 분열이 더 두렵다 (0) | 2017.0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