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中의 속박에서 벗어나자'던 '독립문의 의미'를 아시나요

바람아님 2017. 3. 6. 22:53
문화일보 2017.03.06 14:00
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서대문독립공원 독립문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독립문은 1897년 중국으로부터의 자주독립 염원을 담아 독립협회가 세운 건축물이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일본으로부터 독립’ 잘못 알아
청나라 사신 영접 영은문 자리
독립협회 주도로 1897년 건립
中의 ‘사드 보복’에 관심 커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국 배치에 반발하는 중국의 보복이 다방면으로 거세지는 가운데 과거 중국 중심의 질서에서 벗어나 자주독립을 하자는 상징이었던 ‘독립문’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서대문독립공원은 독립문의 의미를 새기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조선시대 한양을 찾는 청나라 사신들을 영접하던 모화관(慕華館) 과 영은문(迎恩門)을 허물고 지어진 독립문은 1897년 혼란스러운 국제정세 속에서 청나라로부터 벗어나려는 의지와 염원을 담고 시민들의 기금을 모아 독립협회가 세운 건물. 독립협회는 1896년 6월 20일 독립신문 논설을 통해 “영은문 있던 자리에 새로 문을 세우되 이름은 독립문이라고 하고, 새로 문을 그 자리에 세우는 뜻은 세계 만국에 조선이 독립국이라는 표를 보이자는 뜻이오”라고 건립 취지를 밝힌 바 있다.


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중국으로부터의 ‘자주독립’이라는 독립문의 역사를 되새겼다. 남자친구와 함께 ‘독립문 데이트’를 하러 경기 안양시에서 왔다는 김소현(여·25) 씨는 “원래 있던 영은문은 은혜로운 대국의 사신을 맞이한다는 뜻으로 알고 있다”며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종속 관계를 상징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 행태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시민들도 많았다. 김정현(26) 씨는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등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이 너무 심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선화(여·55) 씨는 “경제교류와 사드는 별개”라며 “중국에 휘둘리지 말고 단호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독립문이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상징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이들도 많았다. 손녀와 함께 온 박진호(58) 씨는 “일본으로부터의 독립으로만 생각하다가 안내문을 읽으며 뜻을 제대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화일보 취재진이 이날 독립문을 방문한 시민 35명에게 물은 결과, 54%(19명)가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의미를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사드 보복은 한반도 내 중화질서 강화 시도”라고 분석하며 중국의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태우(전 통일연구원장) 건양대 군사학과 교수는 “무역·관광 등 우리가 중국에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부분이 많은 데다, 사드 관련 여론이 분열돼 있고 정치적 컨트롤타워도 없기 때문에 (중국은) 이 기회에 한반도 중화질서를 강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분단국인 우리에게 사드 배치는 국가 존립과 직결된 위중한 문제임에도 경제 보복을 계속하는 것은 자국 이익 중심주의일 뿐”이라며 “정치·외교 갈등이 민간 교류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김수민·김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