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March'는 달력 밖에서는 군대의 '행군'이나 '행진'이란 의미로 쓰인다. 이 단어는 원래 그리스·로마신화 속에 나오는 군신(軍神) 마르스(Mars)에서 파생된 단어라 고대부터 주로 군대나 무기, 화력과 관련된 곳에 많이 쓰였다. 영어에서 무술(武術)을 뜻하는 마셜아츠(martial arts)도 역시 이 마르스에서 파생된 단어이며 태양계 행성들 중 불을 의미하는 화성(火星) 역시 Mars라고 칭한다.
그러면 왜 1년 12달 중에 유독 3월에 이런 군대용어가 붙은 것일까? 이것은 봄이 시작되는 3월부터 전쟁을 시작하는 고대의 전쟁방식 때문이었다. 항상 제한된 식량을 고려해 전쟁을 이어가야했던 고대에 겨울까지 계속 전쟁을 벌이는 것은 공격자나 방어자나 모두 공멸하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농경시대의 전쟁은 반드시 추수철 직전에 끝을 보거나 휴전을 해야만했다. 주요 생산인력인 청년들을 병사로 잔뜩 끌고 온 상황에서 추수철을 놓치면 현재 병참도 유지되기 힘들었다. 더구나 계절도 추워지는 겨울철에는 식량뿐만 아니라 불을 뗄 연료나 방한용 외투 등 추가 월동 자원들이 필요했고 결국 막대한 비용이 소요됐다. 승전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아질 수 있기 때문에 겨울철 전쟁은 모두 피하려고 했다.
그러다보니 12월부터 2월까지 겨울은 주로 외교전이 펼쳐지는 계절이었다. 임진왜란 때 평양까지 파죽지세로 밀고 가던 왜군도 그해 9월부터 명나라군과 강화협상에 들어간 이유 역시 겨울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다. 결국 이듬해 1월8일 왜군은 한양으로 물러났고 조·명 연합군은 평양을 수복할 수 있었다.
한편 겨울은 전쟁을 총괄하는 왕들 입장에서는 '공상의 계절'이기도 했다. 겨울에 왕들이 세우는 계획에는 3월에 다시 개전하면 적을 어떻게 이겨서 새로운 땅을 점령하고 그걸 통해 또 다른 원정을 준비할 계획들로 가득찼다. 물론 실제 3월이 돼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계획들은 거의 없었다.
이런 겨울 전쟁을 기피하는 전통적인 병법의 기본을 무시하고 역발상에 처음 나섰던 것은 몽골군으로 알려져있다. 몽골군은 1237년, 러시아를 겨울에 침공해 전 러시아를 정복했고 뒤이어 폴란드와 헝가리까지 침공해 오스트리아 비엔나 동쪽의 유럽 전역을 정복했다. 몽골군은 오히려 겨울엔 러시아군이 방심할 가능성이 높고 러시아의 동토와 강도 전부 얼기 때문에 기마병의 재빠른 기동성을 통해 빠르게 치고나갈 수 있을 것이란 계산했다. 이러한 계산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더구나 몽골군은 여러모로 겨울 전쟁에 특화된 부대였다. 몽골 고원의 추위에도 익숙하고 비상식량인 말린 육포만 가지고 몇 달을 버틸 수 있었으며 몽골의 조랑말은 건초가 아니라 들판에 아무 풀이나 먹고도 잘 뛰어다녔기 때문에 보급에 크게 의지할 필요가 없었다. 또한 무자비한 약탈전과 대량 살육전을 벌이면서 필요한 물품은 점령지 현지에서 대부분 조달했다. 하루에 최고 150km 이상을 이동할 수 있는 기동력으로 단숨에 러시아를 집어삼킨 것.
이러한 몽골군의 활약상은 훗날 러시아를 침공하려했던 두 독재자에게 큰 감명을 줬다. 바로 나폴레옹과 히틀러다. 나폴레옹은 동토가 얼어붙은 추울 겨울에 포병대와 수송부대를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히틀러 역시 겨울에 높은 기동성을 가진 전차부대로 밀어붙이면 금방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의 군대에 대한 능력과신까지 합쳐진 이 자신감이 단순한 착각임을 알게 된 것은 러시아를 침공한 이후부터였다.
사실 프랑스군이나 독일군이나 몽골군처럼 혹독한 환경에 단련된 전사들이 아닌, 징집된 일반인에 불과했다. 또한 러시아의 유럽지역은 메르카토르 도법(Mercator's projection)상에 나온 지도처럼 남북이 길쭉하고 동서가 짧은 지역이 결코 아니었다. 수천킬로미터에 걸친 보급선과 전선은 유지되기 힘들었고 말로만 듣던 추위와 부족한 월동물자에 수많은 병사들이 동사했다.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던 지나친 자기과신이 부른 참극이었던 셈이다.
디지털뉴스본부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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