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부터 신사임당의 얼굴이 들어간 5만원권 지폐가 발행됐습니다. 이로써 역사상 처음으로 모자가 나란히 지폐의 인물로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사임당이 율곡의 어머니라는 주변적 인물이 아니라, 주체적인 당당한 인격을 갖추고 높은 예술의 경지에 오른 인물이라는 것을 공인해준 셈입니다. 돈에 그 얼굴이 실려 이 시절 이 나라 경제의 중심이 된 율곡은, 경제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요.
율곡의 경제 사상은 네 가지 정책을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백성의 세금을 가볍게 해야한다는 ‘박세렴(薄稅斂)’입니다. 백성이 가난하면 임금의 생활도 부족하게 되고 백성이 풍요로우면 임금도 여유롭게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둘째는 부역을 가볍게 해야 한다는 ‘경요역’입니다. 백성을 동원하여 각종 공사를 벌이고 전쟁에 내모는 일을 가급적 줄이는 것이 민생 안정의 핵심이라고 보았습니다. 권력을 이용해 기업에게서 모금을 하고 정유라 같은 비선실세에게 줄대기를 압박하는 일도 현대편 '부역'이 아닐지요.
셋째는 생산을 하는 시기의 백성이 부역을 하지 않도록 하라는 ‘절용생시’입니다. 그 재화야 말로 국가를 풍족하게 하는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현재와 같은 글로벌 경제 위기와 스태그플레이션 등 불황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해야할 일은 경제 개체가 활력과 투자의욕을 잃지 않도록 섬세하게 정책적 배려를 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넷째는 지속적인 생산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재민항산’입니다. 생산이 보장되어야 재산이 고루 분배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현재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안정적인 소득과 일자리가 아닐지요. 갈수록 실업이 늘고 국민의 소득기반이 허물어지고 있는데, 공직자와 기업이 모두 정치적인 사안에 휘둘리는 동안 '국민 항산의 괴멸상태'를 거의 방치 상태로 두고 있는 건 아닌지요.
그는 의식주의 충족이 우선되어야 생민(生民, 백성을 살림)이 가능하다고 보고, 공물, 진상, 선상, 군역 등의 각종 의무제도의 모순을 혁파하려고 애썼습니다.
“백성은 하늘 삼을 바를 잃고 나라가 의지할 바가 없으니, 재물을 생산하고 백성을 살리는 일이 지금의 급선무이다.”율곡의 말입니다.
화폐 속의 율곡과 사임당은 지금의 경제를 보고 큰 한숨을 내쉬고 있지 않을지요.
이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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