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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역사 2cm] 흑해서 시작된 고래 싸움에 거문도 점령당했다

바람아님 2017. 4. 5. 23:27
연합뉴스 2017.04.05. 09:01

영국이 132년 전 한국 거문도를 점령한 사건을 놓고 새로운 해석이 나왔다.

최덕규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다.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 실린 거문도 침략 배경을 반박한 논문이다.

거문도는 전남 여수와 제주도 사이에 있다.

영국 해군은 1885년 거문도를 침략해 해밀턴 항구로 부르고 영국기도 게양한다.

이 사건은 러시아와 영국의 글로벌 패권싸움이 치열한 상황에서 터졌다.

당시 양국 긴장은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고조됐다.

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 북부 국경지대를 침공한 탓이다.


거문도 점령 17일 전이다.

영국군을 대리한 아프간 부대는 속수무책이었다.

이 전쟁으로 부동항을 노리는 러시아 남하 야욕이 분명해졌다.

영국은 초긴장 상태가 된다.


1858년 영국령으로 편입한 인도가 위험해졌기 때문이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말을 듣던 전성기라 체감 충격은 더 컸다.

영국 의회가 거액의 전시예산을 서둘러 편성한 까닭이다.

얼마 뒤 유탄은 엉뚱하게도 한반도로 튀었다.

영국 함대가 거문도를 탈취한 것이다.

크림전쟁 당시 전쟁도(출처=playbuzz.com)

러시아 남하를 막는다는 게 명분이었다.

거문도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진 꼴이 됐고 한반도에는 전쟁 기운이 감돌았다.

일촉즉발의 긴장은 2년 만에 정상을 되찾는다.

러시아가 아프간 점령지를 중립지대로 양보한 결과다.

고래 싸움은 1853년 시작한다.


러시아와 영국 주도 연합국이 흑해 주변에서 전면전을 벌인 것이다.

전쟁 본질은 중동을 둘러싼 열강들의 이권 다툼이었다.

싸움터인 크림반도 지명을 따 크림전쟁으로 불린다.

'백의 천사' 나이팅게일이 간호사로 활약한 것으로 유명하다.

4년간 계속된 전쟁은 러시아의 완패로 끝난다.


러시아는 흑해 진출이 막히자 인도양 부동항을 노리고 아프간을 침공한다.

당시 국제정세를 보면 거문도 사건 배경을 읽을 수 있다.

글로벌 패권싸움에서 거문도 등이 터졌다.

다도해의 큰 문이라 불리는 다도해 국립해상공원의 거문도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서술한 거문도 사건 원인은 자연스레 설득력을 잃는다.

교과서는 러시아와 조선의 비밀협약에 자극받은 영국이 거문도를 점령했다고 설명한다.

점령 시점만 봐도 교과서 논리는 빈약해진다.


영국이 침범 두 달 만에 밀약설을 접했다고 최덕규 위원은 주장한다.

청의 조선 간섭을 막으려고 러시아가 군사교관을 파견한다는 게 소문의 요지다.

교과서 학설은 식민사관의 잔재로 보인다.


조선이 외세 침략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일본 학계 시각과 일치한다.

거문도 사건 이후에도 한반도 안보는 살얼음판이었다.

급기야 고종은 1904년 러일전쟁을 앞두고 중립 대외정책을 선언한다.

전쟁을 피하려는 외교노력이었으나 무위로 끝난다.


일본이 일방적으로 전쟁을 일으킨 탓이다.

러시아와 영국 힘겨루기는 러·일 전쟁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영국이 지원한 일본이 승리하면서 동북아 세력 균형은 무너진다.

일본이 머잖아 한반도를 강점한 원인이다.


현재 한반도 상황도 그때처럼 사면초가다.

중국 사드 보복, 미국 무역 압박, 일본 재무장, 북한 핵실험 등이 주요 위협이다.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를 사냥터로 삼으려 한다.

고래 다툼 생존술로 균형외교가 거론되지만 간단치 않다.

고종 중립론은 반면교사다.

힘없는 균형외교는 허구라는 사실을 거문도 사건은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