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4.08)
7일 발표된 한국갤럽 대선 다자구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두 후보가 38%와 35%로 1·2위를 다퉜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두 보수 정당 후보는 7%와 4%에 그쳤다.
이 두 당의 국회의원 수는 각각 93명과 33명으로 합쳐서 126명, 국회 전체 의석수의 42%를 넘는다.
그런데도 이 두 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 합이 11%에 불과하다. 전통적 보수 유권자들이 아무리 전략적 판단에 따라
다른 후보 쪽으로 쏠리고 있다 하더라도 참혹한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유례가 없는 일이다.
작년 총선 참패 이후 최순실 사태를 겪으면서도 단 한 사람 제대로 책임을 진 일이 없다.
진정으로 사과하고 반성한 사람도 한 명 없다.
탄핵이 결정된 뒤에도 한 달이 다 되도록 유권자들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비전을 제시한 일도 없다.
대신 하루가 멀다고 '보수 적자(嫡子)'가 누구냐를 놓고 싸운다.
높지도 않은 지지율을 놓고 서로 가져가겠다는 다툼이다.
한쪽에서 "살인자는 용서해도 배신자는 용서받지 못한다"고 하면 다른 쪽에서
"곧 무너질 집" "썩은 물" 같은 말로 받는다. 국민이 표를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다.
지금 보수층은 정권 재창출을 요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대선 이후 보수 정치가 어떻게 재건될 것이란 전망이라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홍·유 두 후보는 앙금을 남길 가혹한 비난전이 아니라
무너진 보수의 미래를 어떻게 일으켜 세울지 그 비전을 놓고 경쟁했으면 한다.
비록 당선되기는 힘들다고 해도 끝까지 보수의 품위와 책임감을 보여줬으면 한다.
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정당이 명멸해도 보수 계열 주류 정당이 굳건히 존재하는 것은
국가에 대한 책임과 헌신을 가치로 삼는 정치 집단이기 때문이다.
우리 보수 정치가 분열되고 큰 위기인 것은 이 책임과 헌신이 사라진 탓이다.
정당의 역사는 때로는 깊은 낭떠러지를 지나기도 한다. 그러나 책임과 헌신의 가치만 지키면 반드시 재기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전쟁에서 나라를 지키고 경제를 이만큼 일으켜 세운 정치 세력이다.
결코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책임과 희생, 헌신이라는 보수의 기본을 국민 앞에 다시 보여줄 수 있다면
보수 정치가 다시 일어서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먼 길일수록 지름길을 찾기보다는 정도(正道)로 가야 하며 지금이 바로 그렇게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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