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한반도포커스-강준영] 트럼프와 시진핑의 국익 셈법

바람아님 2017. 4. 9. 23:37
국민일보 2017.04.09. 18:26

첫 만남서 구체 성과보다는 협력에 초점.. 북핵과 사드가 미·중 협상카드 돼선 안돼

세계적 이목을 집중시켰던 미·중 정상회담이 끝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의 첫 만남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실질적 차원에서는 세 차례의 짧은 만남으로 공식 일정을 마치고, 공동성명 발표는 물론 기자회견도 없었던 데다 구체적 의제나 논의에 대한 확인도 어려워 평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를 반영하듯 트럼프는 ‘두드러진(outstanding) 진전’을, 시진핑은 ‘양국 간 우정과 신뢰 구축’이라는 추상적 상징성만을 부각시켰다. 상식적으로도 양국의 첨예한 갈등이 정상이 만났다고 갑자기 기존 입장을 벗어나는 특별한 해결 방안이 도출될 리 없다. 결국 트럼프의 대중국 압박 정도와 시진핑의 방어 논리, 우리가 기대했던 구체적 북핵 해법 논의나 사드 문제에 대한 언급도 들을 수 없었다. 이는 양국이 상호 탐색전에 목표를 두고 구체적 성과보다는 협력적 분위기 유지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여러 불만을 시진핑에게 직접 전달하면서 공을 중국에 넘기고자 했다. 특히 회담 기간 중 시리아 폭격을 명령하는 매우 ‘트럼프적’인 행보를 보였다. 자신이 적어도 버락 오바마 정부와는 다른 결단력을 가지고 있음을 미 국민들과 의회에 보여주는 동시에 북한에 대한 무력 경고이며 북한을 감싸는 중국에 대한 간접 경고로 볼 수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지향하지만 국제 문제도 결코 등한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당연히 미국이 유형·무형의 안보이익을 포기할 이유도 없다.


시진핑은 지속적인 압박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미국과의 대결 분위기를 지양하면서 협력적 분위기 조성과 미국에 밀리지 않는 이미지를 대내외에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때문에 기존 문제에 대해서는 ‘협력 공감’이라는 원론적 합의를 강조하면서 그동안의 입장을 확인했을 것이고, 구체 사안은 향후 논의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을 것이다. 특히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100일 계획’에 합의한 것은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하고 새로운 협력 기제를 구축해 새로운 대화 모멘텀 유지 차원에서 보면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우리와 관련해 가장 관심을 끈 것은 북핵과 사드 논의 여부였다. 회담 직후 트럼프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북핵과 사드 문제’를 언급했다는 말을 전했다. 일단 북핵 해결을 위한 설득을 진행하면서 중국이 협력하지 않으면 미국이 혼자 처리할 수 있다는 의지를 표명했을 것이다. 적어도 독자적인 세컨더리 보이콧을 실행에 옮길 수 있고, 그 이상의 조치도 고려 대상임을 밝혔다고 봐야 한다. 중국의 대북 전략 및 사드 보복에 대한 미국의 우회적 압박으로도 볼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련 입장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시진핑 공항 영접 후 기자회견에 잘 드러나 있다. 그는 중국이 미국의 이익에 도전하고 있고, 북핵 문제 해결에 중국이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천명했다. 또 동맹국 보호를 재확인하고, 미·중 간 협력의 결과는 미국 근로자의 복지를 우선해 평가할 것이며, 중국의 인터넷 공격과 인권·종교 문제에 대한 지적을 결코 피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과거 미·중 관계와는 다른 접근으로 대중국 사무를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한반도 정세는 대선 정국과 북한의 지속 도발 사이에서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10일에는 우다웨이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16일에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방한한다. 양국 정상회담 이후 북핵 문제의 방향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 북핵과 사드 문제가 미·중 간 협상 카드로 전락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와 노력이 필요하다.


강준영(한국외대 교수·중국정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