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사막 같을 때가 있다. 이글거리는 태양은 나를 집어삼킬 것 같은데 쉴 만한 그늘 한 점 없고 목 축일 물 한 방울 없는 듯한 때, 뜨거운 모래가 발을 휘감아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고 그 자리에 서 있을 수도 없는 때, 살다가 그런 상황과 맞닥뜨리지 않는 사람이 있겠는가. 나이나 성별이나 빈부를 가리지 않고 우리는 인생길에서 반드시 사막을 만난다. 사랑하는 이를 잃거나, 병에 걸리거나, 괴롭힘을 당하거나, 실패를 겪거나….
사막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사막 이야기’라는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어린이를 위한 과학 논픽션이라서 사막의 다채로운 면모를 간명하게 펼쳐 보여준다. 그러면서 작가가 강조하는 것은 사막의 신비로움과 풍요로움, 아름다움이다. 사막은 죽음의 땅이 아니다. 인간이 만든 어떤 건축물보다 더 훌륭한 빌딩을 짓는 곤충, 죽은 듯 숨어 있다 환경이 나아지면 생명활동을 개시하는 동물, 2000년 동안 생명을 이어가는 식물 들이 있다. 지구의 25억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계곡이 있다. 그 혹독한 땅의 생물과 무생물은 존재의 근원과 생명의 신비를 다른 어디보다 더 벅차게 보여준다. 살아가는 일의 준엄함을 뜨겁게 일깨운다.
지구 표면의 70%는 바다고 20%가 사막이라고 한다. 나머지 10% 면적에 ‘열대우림, 온대림과 함께 인간이 우글우글 모여’ 산단다. 인간의 마음 밭도 그런 비율이 아닐까. 그럭저럭 살 만한 때는 그저 10%. 나머지는 알 수 없는 바다 같고 메마른 사막 같아 보인다. 하지만 마음의 사막도 그 안에 존재의 근원, 생명의 신비를 품고 있을 것이다. 우리 청소년 자살률이 세계 2위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지난한 삶을 못 이겨 무너지는 아이들, 그들을 지키는 길은 온실을 강화하는 게 아니라 사막이 삶의 터전 중 한 부분임을 인정하게 하는 데 있지 아닐까. 크고 작은 마음의 사막을 겪으며 강인하면서 깊이 있는 인간으로 자라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사막 책에서 이런 생각이 뻗어 나온다.
김서정(동화작가·평론가),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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