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6.20 김윤덕 기자)
서민 일상 그려낸 대표작 '춘양'
넉달간 복원 후 신소장품展 합류
집안 어르신 생신을 앞둔 걸까. 아낙들은 채소 다듬고 밥 짓느라 분주하고, 유모와 누나는 쌍둥이 아기를 젖 먹이고
어르느라 여념이 없다. 예닐곱 살 돼 보이는 사내녀석 혼자 심드렁하다. 봄볕은 화사한데 놀아줄 친구가 없는 걸까.
이른바 '조선 색(色)'이 담긴 그림으로 한국 근대미술사에 중요한 족적을 남긴 철마 김중현(1901~1953)의 대표작
'춘양(春陽, 1936년 작)'이 일제강점기 이후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신소장품' 전시로, 지난 주말 미술관 1층 전시장에 내걸렸다.
김중현이 1936년에 그린 수묵채색화‘춘양’. ‘조선색’이 살아 있는 걸작으로 꼽힌다. /국립현대미술관
제15회 조선미술전람회(선전)에서 동양화부 특선을 차지한 '춘양'은 4폭 병풍을 이어 만든 120호(111.5×222.4㎝) 크기의
대작이다. 서민들 풍속과 일상을 사실적 묘사와 강렬한 색채로 표현한 김중현 화풍의 백미로, 서양화인 '무녀도'와 더불어
철마의 대표 수묵채색화로 꼽힌다.
'춘양'은 그동안 선전 도록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작품이었다.
이것을 국립현대미술관이 지난해 개인 소장가로부터 구입했고, 4개월간의 수복 과정을 거쳐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박미화 학예연구관은 "병풍은 네 동강 나 있을 만큼 낡아 있었지만 컬러가 그대로 살아 있어 무사히 복원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최열 미술평론가는 "가난으로 기구한 삶을 살면서도 동양화, 서양화 모두에서 최고의 경지를 보여준 김중현은
소재와 정서, 주제에서 모두 한국적 미학을 보여준 작가"라며 "작품 수가 많지 않아 저평가돼 있던 철마의 전성기 작품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볼 수 있어서 매우 반갑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김중현은 집안이 어려워 중학교 졸업 후 전차 차장, 가게 점원, 제도사, 체신국 등을 전전하며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했다. 제4회 선전(1925)에 서양화 '풍경'이 입선된 것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 특선을 하다
제15회 선전에서 '춘양'이 동양화부에, '농촌소녀'가 서양화부에 동시에 특선을 받으며 미술계에 이름을 널리 알렸다.
전시는 8월 1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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