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선반 위에 화사한 꽃이 가득 피었다. 반짝이는 푸른 커튼이 그 앞을 가리고 있어, 이를 들추어 보려고 했더니, 이게 웬일인가. 만지면 바스락댈 것처럼 생생한 커튼은 실은 그림이었다. 알고 보면 그 뒤에서 고운 향기를 뿜어내던 꽃다발도 그림이다. 네덜란드 미술이 황금기를 구가하던 17세기, 아드리엔 반 데르 스펠트(Adrien van der Spelt·1630~1673)와 프란스 반 미에리스(Frans van Mieris·1635~1681)가 합동으로 그린 '커튼이 있는 꽃 정물화'(1658·사진)다.
아드리엔과 프란스는 대결 대신 협력을 선택했다. 꽃그림 전문이었던 아드리엔이 꽃을 맡고, 고급 드레스의 질감 표현에 특히 능했던 초상화가 프란스가 커튼을 그렸다. 관객들은 그들의 역작 앞에서 꼼짝없이 사기를 당하게 될 것이다. 커튼에서 한 번, 꽃에서 또 한 번. 세상에 두 번이나 속임수에 넘어가고도 기분 좋을 일이 이 그림을 보는 일 말고도 또 있을까.
(큰 이미지)
Adriaen_van_der_Spelt_-Flower Still Life with Curt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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