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6.24 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박사)
매튜 D. 리버먼 '사회적 뇌…'
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박사
"꺼져 버려, 구역질 나. 너 같은 존재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게 나았을걸."
내가 좋아하고 가깝던 어떤 사람이 이런 말을 한다면 나의 뇌는 어떠한 반응을 보일까?
인간의 뇌는 타인의 상처 주는 말에 실제로 아픔을 느낀다.
누군가 나를 따돌리고 비웃을 때 뇌에서 활성화되는 영역들은 누군가 나를 바늘로 찌르거나
몽둥이로 때릴 때 고통을 인지하는 영역들과 거의 일치한다. 뇌의 입장에서 따돌림은, 실제로 고통인 것이다.
네 아이가 한 아이를 이불에 싸고 야구방망이로 때렸다고 한다.
이때 그 야구방망이가 플라스틱 모조품이었느냐 아니냐는 피해자의 뇌 입장에서 아무 상관이 없다.
친구인 줄 알았던 네 아이가 나를 따돌리고 괴롭히는 그 상황 자체가 이미 아픔이다.
뇌가 느끼는 고통은 물리적 고통과 심리적 고통을 따로 나누지 않기에 그 둘은 합쳐져서 더 괴롭다.
미국 UCLA 의 뇌과학자 매튜 리버먼은 심리학자인 그의 아내 나오미 아이젠버거와 함께 10년도 넘게 이러한 현상을
연구해왔다. 리버먼과 과학자들은 이를 '사회적 고통'(Social Pain)이라 명명했다.
그리고 리버먼은 자신의 책 '사회적 뇌:인류 성공의 비밀'에서 바로 이러한 사회적 고통이 왜 물리적 고통보다도
더 괴로울 수 있는지 다양한 예를 들어 설명한다. 따돌림만이 아니다.
연인에게 차였을 때도,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했을 때도, 당신은 정말 극심한 괴로움을 느끼지 않았는가?
사회적 뇌 : 인류 성공의 비밀
매튜 D. 리버먼 지음/ 최호영/ 시공사/ 2015/ 511 p.
331.1-ㄹ912ㅅ/ [강서]2층 인문사회자연과학실
우리의 뇌는 대체 왜 이토록 타인의 말과 행동에 민감하게 반응할까?
놀랍게도 리버먼은 그것이 바로 인류가 성공적으로 진화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한다.
모든 동물은 식량과 섹스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인간에게는 생존을 위해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것이다.
초기 인류의 진화 과정을 보면 우리는 집단생활을 하면서 지능이 발달했고, 사회성이 점점
발달하면서 생존 확률도 높아졌던 것이다. 인간은 혼자서 살기 위해 진화하지 않았다.
우리가 이렇게 타인의 생각과 판단에 그토록 연연하는 이유도 바로 우리 인간의 뇌가 사회적 뇌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따돌림의 반대도 마찬가지. 만약 상사가 내게 기분 좋게 웃어주며 칭찬을 한다면, 그것은 나의 뇌 입장에서 마치 실제로
한 달 보너스 월급을 받은 것만큼이나 즐겁다고 리버먼은 말한다.
누군가의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우리의 뇌를 가장 즐겁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기억하자. 우리 모두는 말만으로도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할 수 있고,
미소만으로도 타인의 뇌를 조금 더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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