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3.18 이미도 외화 번역가)
정치인에게 필수인 도덕적 덕목은 진실성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기억이 잘 안 난다며 천연덕스레 거짓말하는 이는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에게서 이런 강펀치를 맞아야 합니다.
"진실을 말하라. 그러면 아무것도 기억 못 해도 된다
(If you tell the truth, you don't have to remember anything)."
거짓말 잘하는 이는 짜맞추는 기억력이 뛰어나야 함을 역설적으로 비꼰 것이지요.
거짓을 진실이라고 포장하여 정의를 모독하고 사회를 병들게 하는 악성 종양들은
일본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강펀치도 맞아야 합니다.
"거짓을 합리화하는 이기심은 인간이 떠안고 태어나는 죄악이다(Egoism is a sin we are born with)."
단편소설 '라쇼몽'과 '덤불 속'이 아쿠타가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데요,
주제는 '진실이란 보는 이마다 다르게 비친다(Truth is in the eye of the beholder)'입니다.
'다르게 비치다'의 저변에는 '다르게 보고 싶어 하다'의 심리도 깔려있지요.
명장(名匠) 구로사와 아키라는 두 작품을 각색해 탁월한 심리극인 '라쇼몽(羅生門·사진)'을 만들었습니다.
영화에는 살인사건에 얽힌 주요 4인이 등장합니다.
겁탈당한 여인, 숲에서 살해된 후 혼령의 모습으로 나와 증언하는 그녀의 남편, 사건을 목격한 나무꾼과 도적 등입니다.
그들은 다 포청에서 각자에게 유리한 기억만을 진실이라고 주장하거나 '기억 안 난다'는 말로 얼버무립니다.
한 필부의 일갈이 뒤따릅니다. "거짓말은 인간의 본성이거든(It's human to lie)."
'참 선(善)을 해치는 거짓 선'의 해악에 둔중한 경종을 울리기 위해 감독은 말미에 면도날 같은
문장을 배치했는데, 이 또한 필부의 대사입니다.
"사람은 나쁜 것은 잊고 싶어 해요. 대신 꾸며낸 좋은 것만 믿으려고 하죠
(Man just wants to believe in the made-up stuff). 그게 더 쉬우니까요."
실제보다 나은 자로 보이려고 자신마저 쉽게 속이는 정치인이 특히 새겨들어야 할 명구이지요.
[이미도의 무비 識道樂]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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