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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싫은 일도 즐겁게 하려면

바람아님 2017. 7. 17. 07:05

(조선일보 2017.07.17 이보영 세포라 크리에이티브 총괄 디렉터)


이보영 세포라 크리에이티브 총괄 디렉터누구에게나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어려운 일, 잘하는 일과 못하는 일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디자인을

예쁘게 만드는 일이고, 잘하는 일은 비즈니스 전략에 맞는 브랜드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반대로 내가 가장 못하는 일은 민첩한 계산이며, 가장 힘겨워하는 일은 같은 프로젝트를 여러 번 

콘셉트를 바꾸어 다시 디자인하는 일이다.


하지만 세상은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만 하며 살 수는 없다. 

일의 폭과 깊이가 커지면서 매일매일 하고 싶은 일, 하기 싫은 일, 잘하는 일, 못하는 일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전략을 세우고 예산을 구성하며 프로세스와 조직을 만들어 다른 팀들과의 순조로운 협업을 위해 똑같은 

프레젠테이션을 반복하면서 내가 못하고 힘들어하는 일을 하는 시간도 많아 졌다.


그런데 이 모든 일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좋은 사람들과 같이 일할 때는 일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재미가 있었고, 고생도 즐거운 추억이 됐다. 

처음 해보는 수퍼마켓 디자인을 위해 팀원들과 밤을 새우며 PT용 사과를 떡볶이랑 섞어 먹어 가며 그 시간을 즐겼다. 

숫자 가득한 엑셀을 보며 예산 기획을 해야 할 때는 계산 잘하는 동료에게 엑셀을 배우면서 그 친구의 조수가 됐다. 

나의 무식한 실수에 서로 깔깔대다 보니 그 어려운 예산 세우기도 즐거웠다.


[일사일언] 싫은 일도 즐겁게 하려면


함께 일하는 사람이 좋으면 일도 즐거워진다. 끔찍이 여겼던 일도 흥미를 느끼게 되고 배움의 계기가 된다. 

누군가 어떤 프로젝트가 제일 기억에 남는지 물어보면 가물가물할 때가 많다. 

하지만 항상 나랑 같이 울고 웃으며 일한 동료와 후배들 얼굴은 잊히지 않는다. 

누구나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만 할 수 없다. 

일하는 과정을 즐기며 함께 고생하는 동료를 아끼고 격려하는 것! 

그것이 고된 일도 행복으로 만드는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