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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옥의 말과 글] [8] 소셜 미디어 시대의 행복

바람아님 2017. 8. 12. 09:46

(조선일보 2017.08.12 백영옥 소설가)


가끔 남는 시간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을 돌아다닌다. 

나는 그것을 SNS(소셜 미디어) 산책이라고 부르는데, 꽤 쏠쏠한 재미가 있다. 

한 친구는 발리로 여행을 떠나 서핑을 하고 있고, 다른 친구는 연인과 서촌에 새로 생긴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또 다른 친구는 요가 클래스 참가 사진을 올렸다. 

모두가 행복하게 일상을 즐기는 모습들이다.


나도 SNS를 한다. 대개 신간 출간, 강연, 북콘서트 소식을 알리기 위한 용도다. 

하지만 아주 가끔 개인적인 일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 빨강머리 앤이 탄생한 캐나다의 '프린스에드워드섬'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계정에 사진과 단상을 올렸다. 

누구나 그렇듯 가장 잘 나온 사진과 행복을 만끽하는 순간의 기록들이다. 

곧 친구들의 부러움 섞인 댓글이 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그건 평소 내 모습과 전혀 다른 예외적인 이벤트라는 것이다. 

내 일상의 9할은 부스스한 몰골에 원고 마감과 방송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불행해지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하는 것과 원하는 것 모두를 갖는 것이다"고 말한 건 

에크하르트 톨레다. 행복한 중용의 삶은 그만큼 힘들다. 얼마 전, 경력 단절녀가 된 친구를 만났다. 아이가 성장해 이젠 

자신의 관심을 부담스러워한다며 그녀가 푸념하듯 말했다. 역시 작가가 최고야. 가만 보면 넌 매일 여행만 다니더라~.


SNS의 가장 큰 해악은 사람들의 우울감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카카오·페이스북·인스타그램의 약자인 '카페인 우울증'이란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다. 

행복한 타인의 모습은 현실의 나를 쪼그라들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이 아니다. 

SNS 공간은 '실제의 내'가 아닌 '되고 싶은 나'를 전시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그리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어서 타인의 불행에는 진심으로 슬퍼해 줄 수 있지만, 

타인의 행복에 온전히 함께 기뻐해 주기는 힘들다. 

타인의 행복이 종종 나의 불행으로 다가오는 건 그런 탓이다. 저 푸른 잔디밭에 서보면 알게 된다. 

여기보다 저기가 늘 더 푸르게 보인다는 것. 

하지만 가까이 가보면 그곳도 아까 서 있던 잔디와 다르지 않다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