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7.08.25. 02:10
현재의 2차 아베 내각도 상황은 비슷하다. 얼마 전 도쿄도 의회 선거 참패로 아베가 그로기 상태에 몰리기까지 측근들의 잡음이 한몫을 단단히 했다. 아베가 “여성 총리감”이라며 방위상에 임명했던 ‘여자 아베’ 이나다 도모미는 각종 실언과 구설 때문에 ‘아베의 폭탄’으로 전락했다. 당정의 다른 도모다치들은 사학재단 수의학부 신설 특혜 논란 등에 이름을 올리며 말썽을 일으켰다. 아베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 결국 이달 초 개각에서 그동안 자신에게 비판의 날을 세워 온 여성 정치인 노다 세이코를 총무상에 기용했다. 자신의 인사 스타일에 물을 타는 시늉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국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 발언이 논란을 낳고 있다. “역대 정권을 통틀어 가장 균형인사·탕평인사라고 긍정적 평가들을 국민들이 내려주신다”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함께하는 분들로 정부를 구성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 등의 발언이다. 노무현 정부 초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전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의 ‘균형·탕평 인사’ 발언을 “자화자찬”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벌써부터 상당히 오만한 끼가 보인다. 어떤 국민이 인사를 그렇게 인정하나”라며 “더 겸손한 자세로 ‘미숙한 면이 있었다. 국민들 보기엔 부족했을 것’이라고 했으면 보다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정부에 비판적인 국민들 사이엔 “문 대통령 지지율이 100%에 가까운 호남 지역 출신을 많이 등용하는 게 탕평이냐”라거나 “관료 출신을 뺀 고위직들은 노무현 정부 출신이거나, 선거에서 도왔거나, 진보 시민단체 출신”이란 불만이 나온다. 육군 중장 출신의 김희상 국방보좌관, 반기문 외교보좌관 등 실력 있는 보수 성향 인사들에게도 청와대 문을 열었던 노무현 정부보다 ‘이념의 탕평’이 후퇴했다는 지적도 있다. 부산 지역 약사 출신으로 2012년 대선 때부터 문 대통령을 도왔다는 식약처장, 살충제 계란 파문을 통해 그의 실력과 태도를 접해 보니 아베식 도모다치 인선의 폐해가 한국을 덮칠까 덜컥 겁이 났다.
서승욱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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