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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수건 안 주는 日 목욕탕

바람아님 2017. 10. 7. 20:16

(조선일보 2017.09.25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전 주일대사관 1등서기관·'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저자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전 주일대사관 1등서기관·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저자


일본의 공중목욕탕은 대부분 수건을 주지 않는다. 

이용객은 수건을 직접 챙겨가거나 매점에서 구입해야 한다. 

그 덕분에 일본인들은 목욕 마치고 나올 때 수건을 짜고 또 짜서 몸을 닦는다. 

한국인들이 보기에는 궁상이다. 일본의 목욕탕에 처음 간 한국인들은 혀를 찬다. 

"뭐 이리 수건 갖고 쩨쩨하게 구나?"라는 반응이다.


대신 일본 목욕탕은 요금이 저렴하다. 300~500엔 정도로 한국보다 싸다. 일본의 높은 인건비, 수도, 전기요금 등을 

감안할 때 한국처럼 수건을 제공하면 목욕탕 요금을 저렴하게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일본인들에게는 비용 문제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형평성'의 문제다. 

수건을 무료로 무제한 제공하면 무절제한 사람들은 이득을 보고 환경 등을 생각해 수건을 아껴 쓰는 사람은 손해를 본다. 

어떤 사람은 다섯 장의 수건을 쓰고 어떤 사람은 한 장의 수건을 쓰는데 동일한 요금을 받으면 누군가는 부당한 이득을 보고 

누군가는 그만큼 손해를 보는 결과가 된다. 그래서 수건은 각자 알아서 준비하도록 하고 대신 기본요금을 낮춘다. 

그것이 일본인들의 형평 의식이다. 각자 쓴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모두에게 가장 공평하다는 것이다.


[일사일언] 수건 안 주는 日 목욕탕


비단 목욕탕뿐 아니다. 음식점도 마찬가지다. 무료로 제공되는 음식은 거의 없다. 

소비자는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그만큼 돈을 내야 한다. 일본을 잠시 스쳐 지나가는 많은 한국인은 그런 경험을 하게 되면 

일본인들은 쩨쩨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러나 나는 일상생활 도처에서 보이는 일본인들의 형평성에 대한 집착과도 같은 

철저함은 쩨쩨함이 아니라 합리성의 반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는 공짜가 많은 듯하나 그것이 기본 가격에 반영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여러 측면에서 공공의 이익을 생각하고 절제하는 쪽이 손해를 보는 구조다. 

수익자 부담 원칙의 생활화는 '쩨쩨한 것'이 아니라 형평에 부합하고 낭비를 막는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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