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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추석연휴가 끝나자 가을걷이가 한창입니다. 황금벌판에는 콤바인 소리가 요란합니다. 예전 낫으로 나락 베고, 탈곡기로 털어 추수할 때를 생각하면 요즘 들녘의 가을걷이는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벼를 베면서 낟알까지 털어내니 기계의 편리함을 실감합니다.
▲ 고구마꽃의 아름다운 자태. 좀처럼 보기 드문 고구마꽃이 아름답게 피었습니다. |
ⓒ 전갑남 |
"여보, 여기 좀 봐! 고구마밭에 웬 나팔꽃이야?"
"고구마밭에 뭔 나팔꽃!"
"이거 나팔꽃이 아니고 뭐예요?"
"그건 고구마꽃이야!"
"고구마도 꽃이 피어요?"
▲ 작은 고구마밭에서 많은 꽃들이 피었습니다. |
ⓒ 전갑남 |
▲ 많은 꽃이 핀 고구마밭. |
ⓒ 전갑남 |
"우리 고구마밭에선 몇 년을 심었어도 고구마꽃 구경을 못했는데, 여기는 나팔꽃처럼 요상하게 많이도 피었네!"
▲ 고구마꽃은 피고 지고를 수없이 반복하며 여러 날 꽃을 피웁니다. |
ⓒ 전갑남 |
춘원 이광수의 회고록에 고구마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춘원은 연보라색을 띤 고구마꽃이 나팔꽃과 같이 생겼는데, '100년에 한 번 볼 수 있는 귀한 꽃'이라고 기록하였습니다. 고구마꽃이 흔히 피는 꽃이 아님을 설명해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100년 만에 한 번 핀다는 고구마꽃이 요즈음에는 꽃 소식을 심심찮게 들려줍니다.
고구마는 괴근(塊根)에서 나오는 순을 잘라 심습니다. 그런데, 씨앗으로 번식하지 않는 고구마가 무슨 연유로 꽃을 피워냈을까? 참으로 궁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씨앗을 퍼트려 번식하려는 의도는 분명 아닐 진데….
사실, 고구마 원산지인 열대 아메리카지방에서는 고구마꽃이 흔하게 핀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처럼 온대지방에서는 잘 피지 않은 것뿐이랍니다. 고구마가 꽃을 피우는 게 우리나라가 아열대기후로 접어든 징조는 아닐까요?
▲ 고구마꽃에 꿀벌이 찾아왔습니다. |
ⓒ 전갑남 |
고구마꽃을 한참을 구경하다 아내가 호들갑입니다.
"그거! 꼬리박각시나방이야!"
"그럼 이 곤충이 벌이 아니고 나방인거야?"
"나방치곤 너무 예쁘지?"
"야, 너무 예쁘네. 녀석도 꿀을 찾나?"
▲ 고구마꽃의 귀한 손님, 꼬리박각시나방입니다. |
ⓒ 전갑남 |
어렵사리 두어 컷을 찍는데 성공했습니다. 사진기로 제대로 찍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 꼬리박각시나방이 정지비행을 하며 꿀을 빨고 있습니다. |
ⓒ 전갑남 |
사람들은 나비는 사랑스럽고 귀엽게 여기지만, 나방이라 놈은 불결하고 께름칙하다는 선입견을 갖습니다. 꼬리박각시나방을 보면 그런 선입견이 사라집니다. 아름다운 몸 색깔에다 날렵한 몸매, 놀라운 비행솜씨를 보면 그렇습니다.
"여보, 나방 몸을 만지면 너무 부드러울 것 같아. 쓰다듬고 싶을 정도로!"
아내는 꼬리박각시나방의 몸이 새 깃털처럼 부드러워 보인 모양입니다.
다시 자전거에 몸을 싣고서 나는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당신, 고구마꽃 꽃말이 뭔지 알아?"
"글쎄!"
"흔히 볼 수 없는 꽃이니까 잘 생각해봐?"
"혹시, '행운' 아녀요!"
"용케 맞혔네!"
'행운'이란 꽃말을 가진 고구마꽃과 이를 찾은 꼬리박가시나방의 힘찬 날갯짓. 아침에 만난 예사롭지 않은 행운입니다.
우리는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기대를 안고, 더욱 힘차게 자전거 페달에 밟습니다.
[오마이뉴스 글:전갑남, 편집:장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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