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10.27 양지호 기자)
[하이퍼이미지] 함부로 말할 수 없다
사진가 허영한
빛은 서울 광화문광장에 생긴 물웅덩이를 거울로 만들었다.
쪼그려 앉은 아이는 충무공 이순신 동상과 함께 수면에 반사돼 데칼코마니를 만든다.
사진 속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사진은 단정하지 않고, 독자에게도 단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이 전 국민을 '사진 작가'로 만들었다. 소셜미디어에서 사진은 '좋아요'로 평가받는다.
평소에 얼굴도 잘 볼 일 없는 사람들의 호응을 받으려 사진을 잘라내고, 색상을 입히고, 손쉽게 편집(때로는 조작)한다.
그래서 사진 원본은 예전처럼 중요하지 않다.
최종 결과물이 좋거나 좋지 않거나. 그게 사진의 모든 것이 됐다.
'함부로 말할 수 없다'는 책 제목은 아무것도 단정할 수 없다는 사실만을 단정한다.
'이 사진 좋다'는 말조차 전후 맥락, 이면에 담긴 의미를 읽어내지 못한다면 때로는 폭력적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일간지 사진기자를 지낸 말수 적은 사내가 사진 31컷을 중심으로 쓴 에세이집.
스쳐가는 것들, 움츠리는 것들, 뒷걸음치는 것들을 포착했다.
사진을 꾹꾹 눈으로 눌러보게 한다.
'함부로 말할 수 없다'(새움 刊·허영한 사진 에세이) 181쪽에서.
함부로 말할 수 없다 (허영한 사진 에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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