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7.10.27. 02:03
프랑스 세제 개편 논란 뒤에는 성공한 시민에 대한 질시 담겨
사업소득 향한 징벌적 과세보다 부동산·상속 등 불로소득 과세로
취약계층의 자활 토대 지원해야
사실 한동네에 사는 아무개가 부자라는 사실에 부정(不正)을 목도한 듯 분개하는 이가 많다. 그러나 정작 분노가 끓어올라야 할 일은 타인의 빈곤이 돼야 맞지 않을까. 세상이 너무도 불공평하니까 그렇다. 빈곤은 빙산처럼 거대하고, 개인별 소득·자산 격차는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벌어졌다. 프랑스에서는 상위 10% 부자가 전 국민 재산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위 10% 재산을 모두 합하고도 거기에 다시 10을 곱해야 하는 규모다.
불평등 문제는 국제적 관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의 보고에 따르면 세계 최상위 부자 8명의 재산은 하위 50%에 해당하는 인구 전체 재산과 맞먹는다. 또한 전 세계 인구 10명 중 1명은 하루에 2달러도 되지 않는 돈으로 살아간다. 이 문제에 대처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기왕 정해진 부를 재분배하는 일에 만족하거나, 각자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거나다. 결국에는 이 두 관점이 사회를 바라보는 두 가지 견해의 근간이다.
농업에 궁극적 기반을 둔 이런 사회(Rural societies)에서 무언가를 취득한다는 것은 전쟁·세금 징수처럼 오직 남의 것을 가져올 때에나 가능하다. 그런데 완전 평등을 외치는 독재사회가 아닌 한, 사람들은 행복을 누릴 수가 없다. 아무리 사소하다고 해도 남의 성공이나 행복으로 고통받는 것보다 더 불행한 일은 없으리라. 게다가 빈곤 문제가 줄어들 리도 만무하다. 빈곤 해결을 위한 부의 창출이 가능한 구조도 못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세상 앞에 더 넓은 문을 열어 놓은 사회도 있다. 특히 항구(港口) 기반 사회(Maritime societies)의 사람들은 인생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기에 타인의 소유가 내 앞길을 가로막는 장애가 될 수 없다는 걸 안다. 타인의 재산은 오히려 행복한 삶의 필수조건이다.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의 생생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또한 남의 재산은 사회 전체 구매력의 상승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건전한 경쟁심을 자극하면서 종전에 없던 자원의 창출을 독려하고, 그렇게 희소 자원의 경계를 넓혀가는 가운데 각양각색의 새로운 성공 여정을 고안해 낸다. 누가 성공했다고 하면 농경사회에서는 이렇게 되묻는다. “그 사람이 뭐가 잘나서?” 그러나 항구 기반 사회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나도 할 수 있겠는데?”
타인의 성공을 저지하고, 남이 열심히 일해 모은 재산을 빼앗는다고 해서 아무도 실패하지 않는 사회가 만들어질까? 그 반대다. 오히려 취약계층과 소외계층, 지원이 절실한 이들, 혜택받지 못한 이들, 생계가 곤란한 계층에 성공을 기약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우선 생계 유지에 필요한 돈을 벌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이런 기반이 있어야 모두 돈 걱정에서 해방될 수 있다. 그래야 시간이라는 자원을 활용할 여건이 생겨 각자 바람직한 삶을 추구할 수 있게 된다.
무(無)에서 시작해 부를 일군 이들에게 징벌적 과세를 일삼는 것은 빈곤과 사회불평등의 해법이 아니다. 모든 이가 교육을 받고, 더 나은 삶을 선택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하기 위해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과세는 부동산 보유나 유산 상속에 따른 불로소득을 줄이는 용도로 충분하다. 세금은 가난한 이들이 진정한 자신으로 살아갈 자유를 누리도록 공평한 사회보장을 해 주면 된다. 가령 실업자 등 소외계층에 직업교육을 제공하고, 빈곤계층에 최저생계비를 지원하는 일 등이다. 과세는 이때 비로소 성공을 지원하고 공감을 구축한다는 본연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자크 아탈리 아탈리 에 아소시에 대표·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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