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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The Column] '근로시간 단축'으로 가는 부드러운 해법

바람아님 2017. 10. 31. 19:23

(조선일보 2017.10.31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초과근무에 임금 50% 더 지급' 현행 근로기준법 조항 때문에
근로자는 "돈 더 벌겠다" 나서고 기업도 채용보다 근무 연장 선호
근로시간 1% 줄이면 고용 20만개… 노사 자율로 단축할 방안 찾아야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노동법 개정을 촉구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당 40시간의 법정 근로시간에 12시간까지만 초과근무를 할 수 있고 초과근무 땐

임금을 50% 더 주도록 돼 있다. 그런데 '휴일 근무 시 50% 할증'이 별개 조항에 있는 것을 핑계로

토·일요일에 하루 8시간씩 더 근무할 수 있다고 해석하여 1주일에 최장 68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고

노사정 양해 아래 지내 왔다.


이 체제는 여러 문제를 일으켰다. 우선 세계 최장 근로시간의 원인이 됐다.

초과근무 때 임금 할증률을 ILO(국제노동기구) 권고(25%)보다 높게 50%로 정한 것은 사용자들에게 되도록 초과근무를

시키지 말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근로자 처지에선 같은 일을 하고 임금은 50% 더 받으니 초과근무가 나쁘지만은 않다.

사용자도 수요가 늘 때 공장·기계를 늘리고 사람을 더 뽑고 싶어도 나중에 수요가 줄면 큰 부담이 되므로 웬만하면

사람을 더 쓰기보다 초과근무로 해결하려 한다.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은 초과근무가 불가피하기도 하다.


더 큰 문제는 젊은이들의 취업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단순 계산으로 2000만 임금 근로자가 근로시간을 1%만 줄이면 일자리 20만명분이 생긴다. 대중교통 운전기사의 과로는

승객뿐 아니라 애꿎은 제3자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 휴일 근로 중복 할증 문제에 대한 판결을 6년 가까이 미뤄온 법원이

더 이상 미루기는 어려울 것 같다. 입법을 통한 제대로 된 해결이 시급한 이유다. 국회에는 이미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제한하는 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8시간 정도 초과근무의 한시적 허용, 휴일 근로에 대한 중복 할증 여부, 기업 규모에

따른 적용 시기 유예 등이 남은 쟁점일 뿐 단축은 기정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24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한 일자리 상황판 모니터를 보며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을 OECD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필자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근로자의 소득 감소가 제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시간당 임금이 100일 때 주 60시간 일하면 40시간에 대해서 4000, 초과 20시간에 3000, 합계 7000을 받는다.

52시간 이상 근로가 금지되면 소득이 1200, 즉 17% 감소한다.

2012년 통계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의 직접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소득은 전 산업 평균 15% 정도 감소할 것으로 분석된다.

상여금과 수당 비중이 크고, 이미 초과근무를 많이 줄여온 대기업엔 충격이 덜하겠지만, 정액 급여와 초과수당 이외에

별다른 수당이 없고 사람을 구하기도 어려워 초과근무에 많이 의존하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타격이 더 클 것이다.

이들이 과연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소득 감소를 감내할 수가 있을지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 경우 평균을 토대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근로시간을 단축하더라도 그에 따른 소득 감소폭이

너무 크면 한꺼번에 줄이지 말고 근로자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해야 한다.


생산성을 높이면 근로자의 수입을 유지할 수 있다고 쉽게 말해서도 안 된다.

생산성 향상이란 새로운 기계, 장비, 기술 도입 그리고 숙련이 있어야만 가능하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생산량 감소 없이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지금까지 일을 느슨하게 하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또 생산량과 임금 감소가 없다면 청년 고용 효과도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한두 해 유예 기간을 주어서 될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주 52시간 근무를 대기업은 당장 내년부터, 종업원 50~300명 기업은 후년, 그 이하 소기업은 2020년부터 적용한다는,

늘 쓰던 그런 방식을 여기서도 적용하면 된다고 안이하게 생각하고들 있는 것 같다.

현재 초과근무를 많이 하는 기업일수록 사용자는 물론 근로자들도 적응할 시간이 더 필요할 터이니 기업 규모에 따라

유예 기간을 주는 방식이 적절할까? 시한을 정하지 말고,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현재의 근로시간을 1년에 주 2시간씩

단축하게 하는 방법이 어떨까 싶다. '매년 주 2시간 단축'이 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해도 연간 감소 폭은 4% 안팎이 되므로

해마다 해 오던 임금 인상만 하지 않아도 소득이 줄지는 않게 할 수 있다. 기업은 임금 인상을 하지 않은 금액만큼을

신규 고용이나 기계 설비 확충에 써서 생산을 유지할 수 있다.

장시간 근로는 사용자나 근로자가 나쁜 사람이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사용자가 시간당 임금을 50%나 더 주고 초과근무를 시킬 때에는 그럴 사정이 있었고, 근로자가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과 휴일을 포기하고 장시간 초과근무를 받아들인 데에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근로자의 소득 감소를 막고 기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근로시간을 줄여나갈 수 있는 방법과 속도를 법에서 획일적으로

정하지 말고 최대한 노사의 자율적 협의에 맡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