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운 논설위원
1969년 미국 뉴욕시장 선거는 공화당, 민주당에 자유당까지 가세하면서 치열하게 진행됐다. 민주당의 마리오 프로카치노 후보는 재선을 노리는 존 린지(자유당) 현직 시장을 집중 공격했다. 상류층에서 태어난 린지가 평생 가까이해본 적 없는 빈곤층을 타깃으로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는데, 그 공약을 이행하려면 결국 중산층 노동자와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이었다. 또 린지가 편을 가르는 갈등의 정치를 부추기고 심지어는 과격한 시위를 선동하는데, 그것은 혼란이 오더라도 부자들은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린지와 맨해튼의 부유층 지지자들을 ‘리무진 리버럴(limousine liberal)’이라고 지칭했다.
선거 결과는? 린지가 이겼다. 프로카치노의 주장은 타당했지만, 연설은 ‘꼰대’ 같았다고 한다. 프로카치노는 선거에서 졌지만 정치사에 기록되는 조어(造語)를 남겼다. 프랑스 사람들은 1981년 처음 집권한 사회당 정권을 ‘캐비아 좌파(gauche caviar)’라고 불렀다. 값비싼 철갑상어 알을 즐겨 먹는 입으로 평등을 외치는 프랑스와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등 부자 좌파들을 비꼰 것이다. 이런 정치인들을 영국에서는 ‘샴페인 사회주의자(champagne socialist)’, 독일에서는 ‘살롱 공산주의자 (salon kommunist)’, 이탈리아에서는 ‘겉멋 들린 과격주의자(radical chic)’라고 부른다.
진보를 내세워야 지식인답다는 관념을 가진 듯 좌파 주장으로 인기를 끌고 공직에 진출하며 돈도 버는 인사들을 우리나라에서는 ‘강남 좌파’라고 부른다. 2005년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386 세대’의 자기 모순적인 이중 행태를 비꼬면서 사용했다는 용어를 언론에서도 쓰기 시작했다. 보수적인 인터넷 매체 뉴데일리는 ‘강남 좌파 테스트’ 방법을 제시했는데, “나는 주식투자를 즐겨 하고 부동산에 관심도 많지만 자본주의는 피도 눈물도 없는 나쁜 것으로 느껴진다” “남편은 미국 MBA 출신이고 자녀는 유학을 보내지만 미국은 왠지 나쁜 나라 같고 트럼프는 악당처럼 느껴진다” 등의 항목이 들어 있다. 말로는 부의 대물림과 특목고에 반대하면서 실제로는 격세 상속을 하고 딸을 특목중에 보내 논란이 되고 있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위선(僞善)은 이런 테스트도 훨씬 뛰어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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