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책·BOOK

[이코노 서가(書架)] 세계공장 중국이 바꿔가는 '미래의 세계공장' 아프리카 외 1

바람아님 2017. 12. 18. 08:03

(조선일보 2017.12.18 송경모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내일의 세계 공장, 중국이 어떻게 아프리카를 변모시키고 있는가'이렌 유안著 '중국이 어떻게…'


달라지는 아프리카 생생히 조명

'내일의 세계 공장, 중국이 어떻게 아프리카를 변모시키고 있는가'


'내일의 세계 공장, 중국이 어떻게 아프리카를 변모시키고 있는가'

저자 이렌 유안 선 이력은 독특하다. 중국 창춘에서 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교육받은 뒤 컨설팅회사인 맥킨지에서 아프리카 투자 연구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지금은 아프리카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 마오쩌둥 치하의 공산당 배급 경제하에서 승용차는커녕 음식을 싸는

플라스틱 랩조차 구경할 수 없었던 낙후한 사회에서 살았다. 하지만 덩샤오핑 치하에서

급속한 산업 발전을 통해 중국 사회가 변모하는 과정을 생생히 관찰할 수 있었다.

성년에는 미국 생활을 통해 세계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갖추게 됐다.


그는 오늘날 아프리카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 중국의 모습을 발견했다. 중국은 오늘날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고 있지만,

다가오는 시대의 세계 공장은 바로 아프리카가 될 것이라고 점친다.

아프리카의 이런 변화를 이끄는 주체는 중국이다.

2000년 당시만 해도 중국 기업의 아프리카 투자는 2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나이지리아·케냐를 비롯해 아프리카 8국에 약 1500개 중국 제조업체가 활동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중화주의 색채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그동안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아프리카의 사회 현실과 성장 잠재성, 자본주의형 노동 문화가 곳곳에 뿌리내리는

과정의 생생한 현장 보고서 성격이 짙다. 아프리카에 진출한 중국 기업가, 현지에서 태어나 산업화에 적응하기 시작한 근로자,

학생, 사업가의 일화를 통해 아프리카의 변화를 조명한다.


아프리카의 지금은 얼마 전까지 중국이 겪었던 경험이었다.

1980년대 이후 미국과 유럽의 제조기업은 고임금, 고비용 구조 때문에 값싼 인건비와 생산비를 찾아 중국으로 공장을 옮겼다.

중국에서 자본주의적 사고와 행동이 시작됐다.

공장이 들어가야 노동자 소득이 증가하고 지식이 축적되며, 유통업과 서비스업이 발전할 수 있다.

중국인은 그렇게 서구의 제조 노하우를 습득하고 근로 문화를 배우고, 조직 경영 방식을 터득할 수 있었다.


저자는 머지않은 미래에 아프리카가 중국을 제칠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럽게 언급한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가전, 자동차, 조선 등에서 일군 몇 가지 성과에 취해 고비용 구조와 성장 정체에 빠진 것은 아닌가?

경제를 살린답시고 국내 문제에만 골몰하기 이전에 글로벌 생산 기지 이전이라는 역사적 필연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먼 대륙 아프리카에서 중국 기업가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사건에서 배워야 한다.          




[이코노 서가(書架)] 콘셉트 잡을 땐… 있는 모습 그대로, 날카롭게


(조선일보 2017.12.11 이지훈 세종대 교수·혼창통아카데미 주임교수)


'결국, 컨셉: 마음을 흔드는 것들의 비밀'김동욱 著 '결국 컨셉: 마음을…'


예전에 프로야구에서 '패전 처리조'라는 말을 많이 썼다.

큰 점수 차이로 경기를 지고 있을 때 내보내는 투수를 말한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투수가 패전 처리조에서 뛰기를 원하겠는가? 그래서 어느 야구팀은

'우리는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추격한다'는 의미를 부여해서 패전 처리조를 '추격조'로

바꿔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고 한다.

이름만 바꿨을 뿐인데.


광고기획자인 저자 김동욱씨는 자신의 일이 바로 이런 것이라 말한다.

주어진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는 일, 다시 말해 콘셉트를 잡는 일이다.


'결국, 컨셉: 마음을 흔드는 것들의 비밀'은 저자 자신의 광고 제작 경험이 담겨 있어 재밌는 책이다.

피키캐스트란 앱은 모바일 뉴스의 원조 격이다. 모바일 환경과 10~20대 정서에 맞게 뉴스를 재가공해 제공한다.

이 회사가 "천만 명이 다운로드할 광고를 만들어 달라"고 저자의 팀에 의뢰했다.

몇 날 며칠 밤을 새우며 낸 콘셉트 중 최종 채택된 것은 '우주의 얕은 지식, 피키캐스트'였다.

광고주는 처음엔 난색을 표했다.

어떤 콘텐츠 생산자가 자신이 만드는 콘텐츠를 "얕다"고 하고 싶겠는가.

그래서 이렇게 설득했다. "제가 보기엔 여기 모든 것들이 그렇게 깊이 있어 보이지 않아요. 한마디로 얕죠.

그런데 얕은 걸 어쩌게요? 얕은 걸 얕다고 자기 입으로 먼저 말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멋진 것 아닌가요?"

광고는 그 콘셉트로 제작됐고 론칭 한 달 만에 천만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결국 콘셉트란 '있는 모습 그대로의 나'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저자가 신입사원을 뽑을 때였다. 영혼 없는 자기소개서들을 넘기던 차에 눈길을 사로잡은 단 하나가 있었다.

"대학 졸업할 때까지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24명입니다." 그 지원자는 수백 대 일의 경쟁을 뚫고 합격했다.

모든 사람이 천편일률적으로 자기 자랑을 나열할 때,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보여주는 전략으로 눈에 띌 수 있었던 것이다.


콘셉트는 또 송곳처럼 날카로워야 한다.

SPA(제조·유통일괄형) 브랜드의 1세대 격인 아메리칸어패럴은 주된 타깃인 10대의 마음을 강력하게 사로잡을 수 있는

콘셉트가 필요했다. '10대에게 가장 어울리는 옷' 따위의 평범한 것으로는 부족했다.

그들은 '엄마들이 싫어하는 옷, 아메리칸어패럴'이란 콘셉트를 만들어 반항기 가득한 10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승자독식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약자도 자신만의 콘셉트가 있다면 살아남을 수 있다.

광고뿐 아니라 제품 기획, 브랜딩을 할 때도 머리를 말랑말랑하게 해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