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조선] 지금 國政의 가장 큰 리스크는 정부 아닌가/[서울] 남발되는 '아니면 말고' 정책, 국민은 혼란스럽다

바람아님 2018. 1. 13. 07:19

[사설] 지금 國政의 가장 큰 리스크는 정부 아닌가


조선일보 2018.01.13. 03:15


정부가 국민 생활과 경제, 금융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정책을 7시간 만에 뒤집은 일은 정부의 국정 능력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만든다. 가상 화폐 거래소 폐쇄 조치와 관련해 대통령 주요 지지층인 20~30대가 청와대 게시판에 집단으로 몰려와 "대통령 지지했던 걸 후회한다"고 항의하자 그만 백기를 들었다. "확정되지 않았다"며 지지층을 달랬다. 300만명이 하루 최대 6조원을 거래하는 시장에 사전 예고도 없이 기세등등 나타나 정문에 대못을 박겠다고 나섰던 정부가 몇 시간 만에 겁먹은 듯이 꼬리를 내린 것이다. 전 세계가 주목한 정책이었다. 한국 정부의 무능·무책임을 세계에 광고한 셈이 됐다.


새 정부 출범 후 지난 8개월간 발표한 정책이 한나절 새 없었던 일이 되거나 며칠 단위로 오락가락한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 연말 교육부는 올해부터 전국 5만곳의 유치원·어린이집 방과 후 영어 수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가 미확정, 금지, 유예 등을 종잡을 수 없게 오가고 있다. 수업 금지 발표 하루 만에 "확정된 바 없다"고 번복했다가, "금지하는 방향으로 간다"고 했고, 비싼 영어 학원을 보낼 형편이 안 되는 학부모들이 반발하자 "시행 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포함해 1월 중에 결정하겠다"고 했다. 수능 개편도 당장 할 듯하다가 쑥 들어갔다. 경제부총리가 "세금 인상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공언했는데 두 달 만에 세금 인상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아동수당 지급 대상에서 상위 10%가 포함되는지 아닌지는 아직도 모른다. TV 뉴스에 나온 사드 발사대 반입을 정부만 모르고 있다가 '보고 누락' 소동을 일으켰고 미·중 양쪽에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한·일 위안부 합의도 백지화할 듯하다가 그만둬 일본의 반발을 사고 위안부 할머니들로부터도 "속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전술핵 재배치, 대북 해상봉쇄와 같은 중대한 안보 정책도 국방부, 청와대 말이 다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물산 주식 처분에 관해 2년 전 자신이 내린 결정을 번복해 재계를 경악하게 했다. 다음에 또 무엇이 번복되고 뒤집힐지 아무도 모른다.


새 정부는 문제 정책에 대한 비판에는 완전히 귀를 닫고 있다. 잘못이 있어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 표현대로 '눈 하나 깜짝 않는다'. 그런데 지지층이 기침만 해도 정부가 감기에 걸린다. 지금 국정의 가장 큰 리스크는 정부 자체다.



[사설] 남발되는 '아니면 말고' 정책, 국민은 혼란스럽다

서울신문 2018.01.13. 03:36
      
정부, 현실 무시한 정책으로 禍 자초.. 정교하고 면밀한 검토 후 결정해야

정책은 공동체 이익을 향한 시장과의 대화다. 시장의 동의 또는 승복이 있어야 성공을 거둔다. 특히 시장을 바로잡는 정책일수록 반발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면밀한 검토와 정교한 해법, 부단한 설득이 선행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그제 시장을 패닉으로 몰아넣은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논란과 같은 일련의 불협화음이 예사롭지 않다. 정부가 높은 국정 지지도에 취해 이런 정책의 필요조건을 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그제 가상화폐 시장은 오전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불사’ 언급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 게시판으로 대거 몰려가 격한 어조로 반발했고 이에 화들짝 놀란 청와대가 저녁 무렵 “조율되지 않은 방침”이라며 박 장관 발언을 거둬들이는 촌극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가상화폐 거래액은 2100만원에서 1550만원대로 25% 남짓 폭락했다가 다시 2000만원으로 널뛰었다.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크고 작은 손실을 보았다. 청와대 게시판에 걸린 가상화폐 규제 반대 청원에 어제 오전까지 10만명이 넘는 네티즌이 동참한 것만 봐도 반발의 강도를 짐작하게 한다.


가상화폐 규제를 둘러싼 정부의 혼선과 해명은 두 가지 점에서 납득하기가 어렵다. 청와대는 ‘박 장관 개인 의견’이라고 했으나 법무부가 참여한 범정부 가상화폐 규제 태스크포스(TF)의 논의 끝에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등을 담은 특별법 제정 방안이 마련된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금융시장의 민감성에 둔한 법무부 장관이 경솔하게 발언한 게 사실이라면 마땅히 시장의 혼란과 피해에 상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청와대는 아무 조치가 없다. 더 납득하기 힘든 점은 일각의 주장처럼 청와대가 지지자들의 반발 때문에 핵심 정책을 물린 게 아니냐는 점이다. 300만명에 이르는 가상화폐 투자자의 상당수가 20~30대 젊은층이고, 이들 중 다수가 현 정부 지지 세력인 까닭에 이들의 반발 앞에서 마땅히 추진해야 할 정책을 거둬들인 것이라면 이는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를 묻게 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는 최근 아동수당과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 수업을 놓고 갈지자 행보를 거듭해 국민들의 혼란과 반발을 사고 있다. 5세 이하 아동의 부모에게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문제를 놓고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일 소득 상위 10%를 제외하는 원안을 바꿔 전체 대상자에게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회 예산 협의 과정에서 확정된 방안을 자의로 뒤집은 것이다. 그런가 하면 교육부는 유치원 영어 수업을 놓고 불과 보름 새 ‘금지→미확정→금지→유예’로 이어지는 갈팡질팡 행보를 보이고 있다. 모두가 면밀한 검토와 충분한 설득 과정이 배제된 결과물들이다.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도 쓰나미처럼 몰려들고 있다. 정부는 시장에 눈을 떠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