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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69] 매미

바람아님 2013. 10. 24. 20:48

(출처-조선일보 2010.07.26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엊그제 금년 들어 처음으로 매미 소리를 들었다. 이제 곧 서울시민들은 후텁지근한 열대야에 한밤중까지 울어대는 매미 소리에 잠을 이루기 어려워질 것이다. 서울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들은 말한다. 예전에는 매미 소리가 이렇게 시끄럽지 않았다고. 적어도 매미 소리 때문에 밤잠을 설치지는 않았다고. 서울 매미들의 환경에 두 가지 뚜렷한 변화가 있다. 예전 자료가 없어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본래 낮에 활동하는 곤충인 매미가 밤에도 대낮처럼 밝은 조명 때문에 훨씬 더 늦도록 울어대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러니 매미 소리에 밤잠을 설친 기억이 별로 없다는 말은 어느 정도 타당한 듯하다.

유럽을 여행하며 까치를 본 적이 있는가? 까치는 영국에서 유라시아 대륙을 거쳐 미국 서부에 이르기까지 북반구 거의 전역에 분포하는 아주 세계적인 새이다. 하지만 평소 자연을 예의 관찰하는 분이 아니라면 실제로 본 기억이 거의 없을 것이고, 혹여 보았더라도 그 소리를 들어본 기억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유럽 까치들은 우리 까치들보다 훨씬 부드러운 소리를 내기 때문에 실제로 들었어도 그것이 까치 소리인 줄 몰랐을 것이다. 거의 15년 가까이 까치를 연구하고 있는 우리 연구진은 그동안 세계 방방곡곡의 까치 소리를 녹음하여 분석해왔다. 그 결과 우리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까치가 가장 시끄러운 까치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말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매미 소리가 유난히 크다거나 점점 더 시끄러워지고 있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 다만 우리 귀에 훨씬 더 시끄럽게 들릴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 시골 매미들의 소리는 주변 식물들에 상당 부분 흡수되는 데 비해 도심의 매미 소리는 고층건물과 아스팔트에 의한 공명 때문에 훨씬 더 시끄럽게 들릴 수 있다. 소음측정기로 재보면 공사장 소음 수준인 60~70데시벨을 훨씬 웃돈다고 한다.

서울대 공대 전기공학과에서 음향공학을 전공하는 성굉모 교수님은 15년 전 미국에서 갓 돌아온 내게 함께 매미를 연구하자고 제안하셨다. 기껏해야 수액이나 빨아먹는 작은 곤충이 어떻게 그처럼 엄청난 굉음(轟音)을 뿜어내는지를 밝혀 '매미 스피커'를 만들면 대박을 칠 것이라 하셨다. 나는 지금도 매미 소리를 들으면 선생님이 약속하신 전용비행기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