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0.07.12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내일은 우리 생물학자들에게 아주 특별한 날이다. 1960년 7월 14일은 제인 구달 박사가 탄자니아의 곰비국립공원에서 처음으로 야생 침팬지를 관찰하기 시작한 날이다. 정확히 50년 전의 일이다. 영국 사람들은 '2009년 다윈의 해'에 이어 금년을 '구달의 해'로 기념하고 있다.
50년 전 26세의 젊은 나이에 그가 아프리카 오지에서 시작한 침팬지 연구는 우리 인간에 대한 인식을 뿌리째 흔들어 놓았다. 처음 연구를 시작한 몇 달 동안에는 사소한 인기척에도 침팬지들이 모두 도망을 치는 바람에 관찰은커녕 접근조차 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해가 저물어가던 어느 날 수컷 침팬지 한 마리가 나뭇가지를 주워 이파리들을 죄다 떼어낸 다음 그걸 흰개미 굴 속으로 집어넣고 잠시 기다렸다가 살며시 꺼내어 가지에 들러붙은 흰개미들을 입으로 훑어먹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때까지 학계는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도구를 제작하여 사용할 줄 아는 것으로 믿고 있었다. 실제로 도구의 제작과 사용은 인간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속성이었다. 구달 박사의 이 관찰은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도 도구를 만들어 쓸 줄 안다는 최초의 발견이었다. 그 후 침팬지의 도구 사용에 관한 다양한 발견들이 이어졌다. 이파리들을 한 움큼 씹어 스펀지처럼 만들어 물을 적셔 마시기도 하고, 나뭇가지를 마치 숟가락처럼 사용하여 먹을 걸 긁어내기도 한다. 일본 영장류 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는 서아프리카의 침팬지들은 돌로 단단한 견과를 깨먹는다. 신기하게도 구달 박사 연구진이 관찰하는 동아프리카의 침팬지들은 전혀 돌도구를 사용하지 않는다.
구달 박사가 이번 9월 27일 3일간의 일정으로 방한한다. 그가 이끄는 세계적인 환경운동 '뿌리와 새싹' 현황을 둘러보고 '생물 다양성의 해'를 기념하는 행사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금 대학생들과 고등학생들을 중심으로 뿌리와 새싹 공모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여름 동안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어 자연환경이나 지역공동체의 보전을 위해 노력한 결과를 우리 연구실로 보내주면 가장 탁월한 팀들을 선발하여 구달 박사로부터 상장과 상품을 받는 것은 물론 방한 기간 중 그의 조수로 일할 수 있는 영광이 주어진다. 구달 박사님의 조수,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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