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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235] 코끼리

바람아님 2013. 10. 15. 09:40

(출처-조선일보 2013.10.15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 과자를 주면은 코로 받지요"라는 동요. 누구나 한 번쯤은 불러봤을 것이다. 노래 가사처럼 코끼리는 코를 거의 손처럼 쓴다. 먹을 것을 코로 집어 입으로 가져 가고 심지어는 코를 컵처럼 써서 물을 들이켜 입에 넣기도 한다. 우리가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악수를 하듯이 코끼리도 서로 코를 감아 쥐며 입 언저리를 쓰다듬는다. 굵은 통나무를 들어 올릴 정도로 세지만 지푸라기 한 올을 집을 만큼 섬세한 코끼리의 코를 모방하여 기중기를 개발하려는 의생학(擬生學) 연구가 한창이다.

그런가 하면 에버랜드 동물원에 사는 아시아 코끼리 코식이는 사육사 목소리를 흉내 내어 '누워' '앉아' 등 동작 관련 단어는 물론 '좋아' '아직' '안 돼'와 같은 감정 관련 단어도 구사한다. 흥미롭게도 인간의 언어를 모방하는 능력은 앵무새, 구관조, 까치 등 새에게서는 종종 관찰되었지만 정작 같은 포유류에게서는 코끼리가 처음이다. 이 연구 결과는 2012년 세계적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되었다.

최근 커런트 바이올로지에는 코끼리가 인간의 수신호를 이해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또다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 연구진은 인간 수신호에 대한 훈련을 전혀 받지 않은 코끼리가 사육사가 손으로 가리키는 통을 선택하여 먹이를 찾아 먹는 행동을 관찰했다. 그동안 침팬지와 돌고래에게서 비슷한 행동이 관찰되었지만 아직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은 상태라 이 부문에서도 코끼리가 일등을 한 셈이다.

코끼리 뇌의 무게는 평균 5㎏으로 우리 뇌의 세 배가 넘으며 체중 대비 크기로도 돌고래와 인간의 뒤를 바짝 쫓는다. 코끼리는 기억력이 워낙 탁월해 장거리 이동 중에도 자기 어머니의 두개골이 놓여 있는 곳을 찾아와 한참 시간을 보내는 걸로 알려져 있다. 조만간 코끼리가 아예 자기들끼리 코로 신호를 주고받는다는 관찰 결과가 나온다 해도 나는 조금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 과자가 있는 걸 코로 알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