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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41] 세대

바람아님 2013. 9. 14. 09:14

(출처-조선일보 2010.01.11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하루살이나 개구리 사회에서는 세대를 구분하고 정의하는 일이 비교적 쉬워 보인다.

물속에서 사는 유충이나 올챙이 시절과 물 밖에서 성체로 사는 시절이 너무도 확연히 구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처럼 연속적인 성장을 하는 동물의 경우에는 세대를 구분하려는 의도 자체가 애당초 무의미하거나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공자는 우리 삶을 10년 단위로 나누어 정의했다. 논

어는 "40에 의혹이 사라지며(不惑), 50에 천명을 알게 되고(知天命), 60에는 귀가 순해지며(耳順), 7

0에는 멋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더라(不踰矩)"고 적고 있다.

유태인들의 생활규범인 탈무드도 남자의 일생을 20세 이전에는 5, 10, 13, 15, 18세 등으로 세분하지만

그 후로는 10년 단위로 나눈다.

그러나 이 같은 10년 구분은 우리에게 익숙한 10진법에 따른 구분일 뿐 별다른 생물학적 의미는 없어 보인다.

정치사학자 피터 래슬릿(Peter Laslett)은 인간의 삶을 의존에서 시작하여 성장과 성취의 시기를 거쳐

또다시 의존으로 돌아와 죽음을 맞는 네 시기로 나눈다.

사회학자 윌리엄 새들러(William Sadler)도 인간은 배움과 성장, 직업생활, 고령화로 인한 제2의 생활,

노화의 네 연령기를 거친다고 설명한다. 흥미롭게도 이 같은 4단계 구분은 인간의 수명을 100년으로 보고 25년 단위의

'아슈라마'로 나누는 힌두교의 구분과 매우 흡사하다. 힌두교는 인생을 '학습기(브라흐마차르야)', '가정생활기(그리하스타)',

'은둔기(바나프라스타)', '순례기(산야사)'로 정확하게 4등분한다.

하지만 이 모든 세대 구분들은 다분히 숫자에 따른 일괄적인 구분일 뿐 생물학적 나이와는 여전히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 나는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에서 우리 인생을 자식을 낳아 기르는 '번식기'와 자식을 길러낸 후의 삶인

'번식후기'로 구분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요즘 별다른 준비도 없이 속절없이 길어진 번식후기를 맞을 일로 시름이 깊은 이들이 많다.

일하는 세대와 일 안 하는, 아니 일하고 싶은데 못하는, 세대를 나누는 구조로는 더 이상 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

일도 못하고 밥상을 받아야 할 세대의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