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전시·공연

제10회 바이오현미경사진전

바람아님 2013. 10. 25. 09:43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가면 세계적인 건축가 가우디의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건물을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저층 아파트인 ‘카사바트요’는 화려한 색의 창문이 햇빛을 반사하며 오색찬란한 모습을 보여 준다. 나비의 날개를 전자현미경으로 찍었더니 가우디의 창문과 비슷한 모양이 드러났다. 어쩌면 가우디가 꿈에서 이런 모습을 본 게 아니었을까.

충북도, 충북대, 오송바이오진흥재단이 주최하고 국가지정 의학연구정보센터가 주관하며 동아사이언스가 후원하는 ‘바이오현미경사진전’이 올해로 10회를 맞았다. 올해는 ‘가우디의 창문’을 출품한 허근영 군(국과인학교)과 ‘겨울나무 숲’을 낸 김훈 씨(단국대)가 각각 중고등부와 일반부에서 대상을 받았다. 당선작은 바이오현미경사진전 홈페이지(biomicro.bkidc.or.kr)에서 볼 수 있다.

 

◆가우디의 창문(허근영·중고등부 대상·보건복지부장관상)

 창문이 화려한 가우디의 건축물 ‘카사바트요’의 화려한 곡선과 기둥을 빼닮았다. 이 사진은 나비의 날개를 찍은 것이다. 나비 날개는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조금씩 달라진다. 날개에 있는 나노 크기의 비늘이 특수한 빛만 반사하기 때문이다. 나비가 젊을수록 비늘이 싱싱하고 튼튼해 짝짓기를 할 때 번들번들 빛나는 나비에게 더 많은 짝이 몰려든다.

◆겨울나무 숲(김훈·일반부 대상·보건복지부장관상)

 한겨울 눈보라와 차디찬 바람에도 꿋꿋하게 서 있는 나무들을 닮았다. 사실은 왕녹나무좀(Xyleborus mutilatus)이란 곤충을 찍은 것이다. 호숫가에 나란히 심은 것처럼 보이는 나무는 왕녹나무좀의 머리에 있는 강모다. 강모는 나무를 파고 들어가거나 알을 깨고 나올 애벌레의 먹이가 될 곰팡이 포자를 묻혀 들어갈 때 특정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시 안에 들어간 물고기(허진영·초등부 대상·보건복지부장관상)

 붉은 홍시를 한 입 베었더니 그 안에 작은 물고기가 숨어 있다.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주목 나무의 열매 꼭지를 확대해서 찍었더니 재미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주목은 높이 17m, 지름 1m에 달한다. 가지가 사방으로 퍼지고 꽃은 4월에 핀다. 열매는 과육이 씨앗의 일부만 둘러싸며, 9∼10월에 붉게 익는다.


◆병 속에 든 편지(김종문·일반부 바이오문화상)


 태풍이 지나간 바닷가 모래밭에 수수께끼의 병이 하나 놓여 있다. 여러 번 접혀 병 안에 들어 있는 누런 종이에는 어떤 사연이 들어 있을까. 사진은 유종섬모충류에 속하는 작은 동물플랑크톤(Tintinnopsis cylindrica)이다. 병 바닥처럼 보이는 넓은 부분이 입에 해당하며 이곳에서 섬모관이 나와 먹이를 잡아먹는다. 위험을 느끼면 섬모관이 재빨리 껍질 안으로 들어간다.

◆진달래 화전(설정인·중고등부 바이오문화상)

 지난봄, 뒷산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진달래꽃으로 만든 화전인가. 생쥐의 소장에 발달해 있는 창자샘을 잘라 관찰한 모습이다. 사진 속 진달래꽃은 작은창자의 술잔세포로 점액을 분비해 상피세포를 보호한다. 진달래꽃은 예로부터 배고픈 백성이 봄에 따다 먹곤 했다. 소화기관인 소장 안에 진달래꽃 모양이 들어 있는 것도 우연만은 아닌 듯하다.

◆감은사지 삼층석탑(한정현·초등부 바이오문화상)

 잔디밭에서 잡은 거미의 배 부분을 확대해 보았더니 감은사지 삼층석탑을 닮았다. 신라를 좋아하는 거미가 자신의 배에 삼층석탑을 그려 넣은 것 같다. 혹시 신라시대 왕궁에서 살던 거미의 후손이 아닐까. 이 거미가 다른 거미보다 훨씬 큰 거미줄을 만드는 걸 보니 높은 신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선인장에 핀 꽃(이희정·일반부 바이오예술상)

 느티나무에는 잎을 말아 그 안에 알을 낳는 거위벌레가 살고 있다. 거위벌레의 구조를 관찰하다 다리 끝에 많은 털이 나 있는 것을 보고 현미경으로 들여다봤더니 단단한 줄기 위에 한 송이 화려한 원색의 꽃이 핀 것을 보고 선인장 꽃을 떠올렸다. 특히 꽃을 강렬한 원색으로 표현해 선인장의 강인한 이미지와 대비시켰다.

◆푸른 사슴(김수용·중고등부 바이오예술상)

 커다랗고 맑은 눈망울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다. 이래서 매력적인 여성의 눈을 사슴 같은 눈이라고 하나 보다. 이 사슴은 다른 친구보다 목도 무척 길어서 더 슬플 것 같다. 주꾸미의 결합조직을 ‘메틸 블루’란 염색약으로 물들인 뒤 사진을 찍었더니 푸른 사슴이 나타났다. 전반적인 푸른 색조가 사슴과 어울려 애잔한 분위기를 더욱 깊게 한다.

◆가을과 비와 낙엽(송지원·초등부 바이오예술상)

 가을바람과 보슬비에 나뭇잎이 힘없이 떨어졌다. 가을이 되면 나뭇잎이 떨어지는 게 자연의 순리지만 그래도 낙엽을 보고 있자면 쓸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알을 낳고 죽은 나방의 날개를 투명테이프로 고정한 뒤 광학현미경으로 관찰한 모습이다. 자신의 생명을 다해 알을 낳고 죽은 누에나방의 모습이 봄에 필 새순을 위해 가을에 떨어진 낙엽과 닮았다.

◆행복한 수달(박상승·일반부 바이오과학상)

 귀여운 수달이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다. 맛있는 먹이가 앞에 있는 걸까. 아니면 엄마 앞에서 한껏 장난을 치는 걸까. 웃고 있는 수달을 보고 있자니 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사실은 거미의 머리를 촬영했는데 홑눈과 홑눈 사이의 모습이 수달의 얼굴을 많이 닮았다. 세계적으로 거미는 3만 종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600종이 있다.

◆우유와 사랑에 빠진 커피(이원상·중고등부 바이오과학상)

 우유에 커피 알이 풍덩 빠졌다. 마치 우유와 커피가 사랑에 빠진 것 같다. 사실은 호랑나비의 머리와 더듬이 부분을 확대해 찍은 모습이다. 커피 알로 보이는 것은 머리 표면에서 나온 더듬이가 잘린 것이고, 우유같이 보이는 부분은 주름진 모양의 머리 표면이다. 커피를 처음 발견한 사람이 궁금해 찾아보았더니 오마라는 수도자라고 한다.

◆숟가락(김윤서·초등부 바이오과학상)

 누가 봐도 영락없이 숟가락이다. 아이스크림이라도 퍼 먹으려고 준비한 걸까. 아니면 따뜻한 팥죽을 먹으려고 하는 걸까. 사실은 집에서 키우는 긴잎끈끈이주걱의 잎에 솟아 있는 돌기 중 하나를 포착해서 찍었더니 숟가락이 나타났다. 우리 눈에는 평범한 모습도 현미경만 갖다 대면 신기한 모습이 순식간에 나타난다.

◆청화백자의 향기(이태민·특별상)

 곰팡이(Cunninghamella bertholletiae)를 파랗게 염색해 위상차현미경으로 관찰했다. 실 모양의 균사와 동그란 포자가 파랗게 보인다. 하얀 백자 위에 사진을 합성했더니 청화백자의 문양을 닮았다. 현미경 사진을 다른 물건과 합성하는 것은 지금까지 승인하지 않았으나 이 작품은 워낙 예술성이 돋보여 심사위원 협의로 특별상에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