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태 교수·신은숙 화백 시화전…24일부터 한경갤러리서
김상태 성균관대 불어불문학과 명예교수(오른쪽)와 신은숙 화백이 25일부터 한경갤러리에서 열릴 ‘보포르뗑의 조용한 아침’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동쪽 몽블랑산으로부터 아침 햇살이 비춰오면 ‘뎅그렁, 뎅그렁’ 워낭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여명 속에 산봉우리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소떼들은 초원으로 줄지어 나선다. 성균관대에서 프랑스문학을 가르치다 2007년 2월 은퇴한 이 대학 김상태 명예교수(70)는 여명과 함께 깨어나는 알프스 대자연 속에서 일상을 시작한다. 해발 1000m에 있는 집 주변에 텃밭을 가꾸며 잡초를 뽑고 땔감용 나무도 장만한다. 그의 말대로 “해 뜨면 일어나고 해 지면 잠자는 생활”이다.
이렇게 알프스 자락에서 은퇴 생활을 즐기는 틈틈이 김 교수가 쓴 시에 문인화가인 인강 신은숙 화백의 그림을 더한 시화전이 마련된다. 25~30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1층 한경갤러리에서 열리는 ‘보포르뗑의 조용한 아침’전이다. 칠순을 맞은 김 교수를 위한 고희 기념전이기도 하다.
프랑스 남동부 사부아 지방에 있는 보포르뗑은 김 교수가 살고 있는 곳으로, 1992년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알베르빌에서 10㎞, 몽블랑이 있는 샤모니로부터 40㎞가량 떨어져 있다. 밭을 갈거나 잡초를 뽑다가, 땔나무를 장만하다 문득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쓴 김 교수의 시는 간결하고 함축적이다.
‘입술 닫으니/풀잎 속삭임 들린다’(‘침묵’ 전문)
‘빗방울/ 땅 두드리니/새싹/문연다’(‘봄비’ 전문)
‘어깨 위에 지구 메고/아뜨라스 얼굴 어둡다/이른 봄 아레쉬 산마루/등 위에 하늘 진/ 할미꽃 미소짓는다’(‘할미꽃’ 전문)
이런 김 교수의 시를 수묵 또는 수묵채색으로 형상화한 신 화백의 그림도 함축적이다. 시 ‘침묵’에는 입 구(口)자를 그려놓았고, ‘봄비’에는 먹으로 비 우(雨)자를 그리고 대지를 적시는 비처럼 화선지에 검은 점을 찍어 번지게 했다.
전시회를 앞두고 23일 가족과 함께 귀국한 김 교수는 “보포르뗑은 우리의 옛 시골이나 산골 풍경을 떠올리게 해 한국을 상징하는 ‘조용한 아침의 나라’ 이미지로 전시 제목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또 “영상문화 시대에는 논리적 설명이나 장황한 표현보다 짧고 단순한 시가 더 어울린다”며 “다만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시와 미술의 조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2006년 서울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에서였다. 신 화백의 그림을 본 김 교수는 “이런 작품이라면 유럽에서도 통하겠다”며 유럽 전시회를 추진해 2007년부터 스위스 로잔, 프랑스 알베르빌 낭트 아르데슈 리옹 등에서 개인전을 열도록 주선했다.
이번 전시에는 신 화백의 그림에 김 교수의 시를 곁들인 작품 30여점을 내건다. 전시회에 맞춰 김 교수의 시 70여수를 한글과 프랑스어로 싣고 신 화백의 그림을 곁들인 시화집 《보포르뗑의 조용한 아침》(인강출판사 펴냄)도 출간했다. (02)36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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