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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 서가(書架)] 노령화 뇌관은 베이붐세대… 1차 쇼크 2020년

바람아님 2018. 3. 5. 10:05

(조선일보 2018.03.05 이지훈 세종대 교수·혼창통아카데미 주임교수)


전영수 교수의 '한국이 소멸한다'


한국이 소멸한다
(인구 충격에 내몰린 한국 경제의 미래 시나리오)
저자 전영수/ 비즈니스북스/ 2018.02.10/ 324p

지난해 태어난 아기 수와 합계 출산율이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한국이 소멸한다'를

집어 들었다. 제목이 으스스한 이 책은 연애, 결혼, 출산을 거부하는 청년 인구의 행태를 '출산 파업',

'치명적 집단 복수'라고 표현한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불황을 배운 세대이고, 단군 이후 어떤

세대든 부모보다 부자가 된다는 명제를 깬 최초의 세대이기도 하다.

그들이 고안해낸 생존 카드는 현실 타협적인 행복 추구권이다. 적게 벌고 적게 쓴다.

덜어내고 줄인다. 결혼이 장벽이라면 아예 피하는 쪽을 택한다.


경제학자이자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인 저자 전영수씨는 출산율이 예측보다 더 빠르게 떨어지는 원인에 대해

한 가지 가설을 제시한다. 지방 인구의 도시 진입이 출산율 하락을 재촉한다는 것이다. 지방은 그나마 출산율이 높다.

문제는 지방 청년이 끊임없이 출산율이 낮은 서울로 진입한다는 사실이다. 지방에선 2~3명을 낳을 것이라 예상되는

청년 인구가 서울로 옮기면 1명도 채 낳지 않는다. 그래서 평균 출산율을 끌어내린다.


지난번 뉴스에서 또 하나 놀라운 것은, 작년 12월에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추월했다는 소식이었다.

인구의 급격한 노령화 탓이다. 노령화 문제의 뇌관은 베이비붐 세대다.

책은 베이비붐 세대를 기존 55~63년생에서 55~75년생으로 확대한다.

대상자는 1700만명으로 늘어난다.


이들이 65세가 되기 시작하는 2020년을 기점으로 인구 1차 쇼크가 시작된다.

베이비부머는 지금까지 호황 경제 속에 흑자 인생을 유지해 왔지만, 이제부터 삼중고에 시달려야 한다.

자녀 부양, 부모 공양, 본인 노후가 그것이다.

자녀는 독립하지 않고, 평균 수명이 늘어난 만큼 부모 부양의 기간도, 본인 노후의 기간도 길어지기 때문이다.

2030년엔 더 큰 쇼크가 온다. 광의의 베이비부머가 75세가 되기 시작하는 해이다.

거대 인구의 의료와 간병 문제가 한국 사회의 최대 갈등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노인이 짐이 되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슬로건이 힘을 얻는다.

노년 인구의 증가로 서울로의 인구 집중은 심화된다. 의료 문제로 도시 거주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암울하지만 코앞에 다가온 현실이다. 저자의 말마따나 창밖 풍경을 끝까지 거부하고 버텨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실을 직시해야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