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3.02 김태훈 출판전문기자)
알고리즘, 인생을 계산하다
브라이언 크리스천·톰 그리피스 지음|이한음 옮김
청림출판 |2018.03. |616쪽|2만원
알고리즘. 주어진 문제를 논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와 방법, 명령어를 모아 놓은 것을
뜻한다. 이게 없으면 컴퓨터는 명령을 수행하지 못한다.
처음엔 복잡한 수학 문제를 푸는 데나 쓰는 기술인 줄 알았다.
그게 잘못된 생각이란 걸 인공지능 알파고의 알고리즘이 깨우쳐줬다.
이세돌과 바둑으로 붙은 알파고가 수많은 경우의 수를 계산해 바둑돌 놓는 것을 보며 많은 이가
눈치 챘다. 저 방법, 살다가 만나는 골치 아픈 문제를 풀 때도 유용하겠다.
두 저자 브라이언과 그리피스는 각각 컴퓨터과학과 철학, 심리학과 인지과학 연구를 토대로 알고리즘과
인간의 행동 양식 사이에 다리를 놓는다. 두 사람은 알고리즘 적용 대상을 '최적 멈춤' '탐색/이용' '정렬하기' '캐싱' 등
11개 영역으로 분류하고 영역마다 알고리즘이 어떻게 문제 해결을 돕는지 보여준다.
이사 갈 집을 보러 다닐 때 가장 좋은 집을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금 본 집이 맘에 들었지만 더 좋은 집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러니 집을 보러 더 돌아다녀야 할까.
그러는 사이 먼저 봤던 집이 팔린다면? 부동산 중개소 순례자가 흔히 접하는 이 상황은 알고리즘에서 말하는 '둘러보기'와
'뛰어들기' 딜레마다. 난관을 벗어나려면 적정한 선에서 둘러보기를 중단하고 살 집을 정해야 하는데 이를 '최적 멈춤'이라고
한다. 가장 좋은 집을 만날 확률을 최대치로 높이려면 '37% 법칙'을 따라야 한다.
이 법칙은 봐야 할 집의 수와 돌아다니는 시간에 모두 적용된다.
한 달간 집을 보러 다닐 계획이라면 대상의 37%를 보게 되는 11일까지는 계약 부담 없이 돌아다니다가 12일째부터는
앞서 본 집 중 최고로 마음에 들었던 것보다 좋은 집을 만날 경우 즉시 계약해야 한다.
'37% 방식'은 배우자를 선택할 때도 유용하다. 사실 한눈에 반했다면 모를까 이 사람 저 사람 사귀어보는 게 좋은 배우자를
만날 가능성을 높인다. 하지만 인생사가 다 그렇듯 적절한 선에서 '둘러보기'를 멈추고 '뛰어들기'를 단행해야 한다.
더 좋은 짝을 찾으려고 계속 간만 보다가 자칫 점찍어 둔 배필감이 변심할 가능성도 있으니까.
알고리즘은 정리되지 않은 서랍처럼 복잡한 삶의 문제들도 해결해준다./Getty Images Bank
우리는 살면서 새것을 찾기 위해 '탐색'하고, 찾은 것을 즐기기 위해 '이용'한다. 맛집이 그런 경우다.
'탐색/이용' 알고리즘에 따르면 새 맛집만 끝없이 찾아다니거나
이미 아는 맛집만 가는 것 모두 슬기로운 삶의 방식이 아니다.
둘 사이 적정 비율이 깨지면 사는 게 고통스러워지는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악·소설은 제쳐놓고 새 음반·작품을
끝없이 탐색해야 하는 음악·문학 담당 기자가 여기에 해당한다. 시간도 중요한 변수다.
외국에 잠시 체류하게 됐다면 새 맛집 발굴에 시간을 쓰기보다 탐색을 최대한 빨리 끝내고 맛집 즐기기에 나서야 한다.
'탐색/이용' 알고리즘은 청년과 노인이 인간관계 맺는 방식을 이해하는 실마리도 제공한다.
앞길이 구만리인 청년은 학교와 학원, 동아리를 돌아다니며 열심히 친구를 사귄다. 좋은 친구를 확보하기 위한 탐색의 단계다.
반면 노년에는 새 친구를 찾는 모험에 시간을 쓰기보다 기존 인간관계를 소중히 여기게 된다.
나이 들수록 가족이 소중해지는 것도 한정된 시간을 알차게 이용하려는 심리 때문이다. 대학생에게 기숙사는 새 친구를
사귈 멋진 공간이지만, 노인에게 양로원은 낯선 사람들 속에 버려지는 고통스러운 경험이기 십상이다.
자주 쓰는 물건이나 옷은 옷장에 보관하지 않고 가까운 바구니에 넣어둔다. 컴퓨터도 마찬가지다.
사용 빈도가 높은 데이터는 임시로 저장하는데 이를 캐싱(caching)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장기 저장하고 어떤 것을 임시 보관할지 규칙을 정하는 것이 저장 알고리즘의 핵심이다.
캐싱 개념은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데도 활용된다.
매일 입는 옷을 아내는 장롱에 넣으라 하고 남편은 침대에 쌓아둔다면 십중팔구 부부싸움으로 간다.
컴퓨터 과학자라면 재킷과 타이, 바지를 걸어두는 간이 옷장을 해결책으로 떠올릴 것이다.
저자들은 컴퓨터 과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마음의 특성, 합리성의 의미를 파악하고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통찰까지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런 지혜가 수학적 증거들로 뒷받침된다는 사실이 무릎을 치게 한다.
목 차 서문 인생의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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