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2.26 송경모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이재규의 '경영의 세계사'
피터 드러커 사상의 핵심을 그가 쓴 책 밖에서 찾는다면 이 책이 적격이다.
고대 이후 세계사의 거대한 사건을 소재로 그의 핵심 사상을 풀어냈다. 저자는 드러커가 잘 사용하지
않았던 '진화'라는 개념으로 역사의 구슬을 다시 뀄다.
산업혁명기를 거치면서 경영 활동은 인류의 소비 수준을 향상시킴과 동시에 부의 민주화를 이룩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인구 이동, 기계와 과학 발전, 공산주의 이론과 현대 경영사상의 등장,
이 과정에서 과거에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오늘날 거대한 몸통을 드러낸 것이 바로 지식의 역할이었다.
고대 피라미드와 쟁기로부터 시작해서 중세 십자군전쟁, 근대 인쇄술과 증기기관,
현대의 듀폰·밴더빌트를 지나 월마트와 스타벅스에 이르기까지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MS·애플·구글·아마존 등은 이전 시대 기업과 달리 지식의 결합과 정보의 이동에 초점을 둔다.
물건을 만들고 유통시키는 게 초점이 아니다. 이 사실을 간과하면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놓치게 된다.
저자는 첫 번째 산업혁명(18세기 중반~19세기 중반)은 자본생산성 혁명,
두 번째 산업혁명(19세기 중반~20세기 중반)은 노동생산성 혁명,
그리고 20세기 후반의 혁명을 지식생산성 혁명이라고 본다. 저자 생전에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없었다.
오늘날 사람들은 주로 컴퓨터를 중심으로 진행된 이 시기에 IT혁명이니 하는 기술 용어를 덧씌워 이해하지만,
본질은 IT가 아니라 지식생산성 혁명이다.
21세기 경제를 구시대의 자본생산성이나 노동생산성의 틀로 아무리 분석해보았자 답에서는 점점 멀어진다.
저자는 이 진화의 마무리 단계를 '책임'에서 찾는다.
경영은 오랜 진화 끝에 스스로, 그리고 정부의 규제와 소비자의 선택 때문에 비로소 사회적 책임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는 역으로 '책임'을 모르는 경영자는 앞으로 도태될 운명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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