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4.06 이한수 기자)
40년 작업… '토머스 쿤' 연구서 낸 조인래 서울대 철학과 교수
일상 대화에서도 흔히 '패러다임'이란 말을 쓴다. '패러다임'은 미국 과학철학자 토머스 쿤(1922~1996)이 1962년 출간한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사용한 후 이제는 누구나 쓰는 말이 됐다.
쿤은 현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철학자 중 한 명이다.
반면 명성과는 달리 학문적 유산이라고 할 만한 것을 남기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최근 '토머스 쿤의 과학철학'(소화)을 낸 조인래(65)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실상이 무엇인지 답하려는 시도"라며
"쿤의 철학을 단행본으로 낸 국내 첫 연구서"라고 했다.
조인래 교수는 "쿤의 과학철학을 '우호적인 비판자' 입장에서 분석했다"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쿤을 가장 난처하게 했던 쟁점은 그의 학문적 상표인 '패러다임'이란 용어가 빚어낸 혼선에 대한 지적이었다.
쿤은 패러다임을 20개 이상의 다른 뜻으로 사용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쿤은 문제점을 인정하고 1970년대 중반 이후에는 '패러다임'이라는 말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쿤은 패러다임과 관련해 '정상과학'과 '과학혁명'을 구분한다.
'정상과학'은 특정 패러다임에 기반한 과학자들의 공동체적 탐구를 뜻하고,
'과학혁명'은 패러다임 교체가 일어나는 과정이다.
한때는 천동설에 기반한 천문학이 '정상과학'이었지만, 지동설이란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으로
'코페르니쿠스 혁명'이 일어났다.
'과학혁명의 구조'는 고전(古典)의 반열에 오른 저작이지만 정작 쿤은 철학 분야에서 직계 제자가 없었던 외로운 학자였다.
그는 미국 주류 철학자들과는 달리 대학(하버드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과학사를 연구했다.
조 교수도 학문 여정이 비슷하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철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조 교수가 '과학혁명의 구조'를 처음 접한 때는 미국 유학 첫해인 1979년 철학개론 수업 조교를 맡으면서였다.
코페르니쿠스 혁명을 사례로 삼아 쿤의 과학철학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미완성의 석사 논문을 쓰기도 했다.
이번 책으로 40년 전 시작한 쿤과의 학문적 인연이 결실을 맺은 셈이다.
조 교수는 "쿤의 과학철학을 둘러싸고 제기된 쟁점을 우호적 비판자(friendly critic) 입장에서 다뤄 보려고 했다"고 했다.
조 교수는 쿤의 과학철학을 쟁점별로 검토·평가하는 과정을 거쳐 전망을 제시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패러다임 개념, 정상과학과 과학혁명 구분, 공약 불가능성, 과학의 합리성, 과학적 진보 등이 그가 다루는 주요 쟁점이다.
마지막 장에서는 '과학의 진보는 연속적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조 교수는 "쿤은 과학은 진보한다는 입장이지만,
진리라는 목표를 미리 상정해 놓고 이를 향해 간다고 하는 식의 진보는 거부했다"고 말했다.
토머스 쿤의 과학철학 (쟁점과 전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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