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4.14 이한수 Books팀장)
이한수 Books팀장
높은 관직을 얻은 시민단체 출신 어느 정치인의 행태를 보면서 문득 이 책이 생각났습니다. '후흑학
(厚黑學)'. 후(厚)는 '얼굴이 두껍다[面厚]'는 뜻이고요, 흑(黑)은 '속이 시커멓다[心黑]'는 의미입니다.
권세를 누리려면 얼굴이 두껍고 마음이 검어야 한다는 주장이지요. 철면피의 철학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는 리쭝우(李宗吾). 청나라가 무너지고 민국이 설립되던 시기 살았던 사람입니다.
후흑에도 단계가 있답니다.
1단계는 성벽처럼 단단한 얼굴을 하고 석탄처럼 검은 마음을 갖는 것.
2단계는 얼굴이 두꺼우면서도 강하게, 속이 검으면서도 겉은 빛나게 하는 것.
3단계는 얼굴이 두꺼우면서도 형체가 없고, 속이 검으면서도 색깔이 없게 보이는 것이라네요.
최고 경지는 '불후불흑(不厚不黑)'이랍니다. 얼굴이 두껍다거나 속이 검다고 다른 사람들이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경지입니다.
사람들은 오히려 그를 인의(仁義)와 도덕(道德)을 갖춘 사람으로 여긴답니다.
정의를 부르짖으며 개혁의 적임자인 것처럼 세상을 속이는 지경에 다다른 사람입니다.
보통 사람은 절대 이를 수 없는 경지이지요.
후흑학을 배워서 아는[學而知之] 사람이라면 최고 경지에 오를 수는 없습니다.
나면서부터 아는[生而知之] 사람만이 경지에 이를 수 있지요.
세상을 속이기 전에 자신을 먼저 속여야 궁극의 경지에 이를 수 있으니까요.
자신을 절대 '후흑'이라 여기지 않아야 진짜 철면피가 될 수 있답니다.
후흑학 : 원전으로 읽는 후흑학 | |
초한지 후흑학 : 중국판 마키아벨리즘 후흑의 관계론 |
책소개 중국의 5천 년 역사를 관통하는 처세의 비밀 '후흑厚黑'은 두꺼운 얼굴을 뜻하는 면후面厚와 시커먼 속마음을 뜻하는 심학을 줄인 말이다. 『후흑학』은 청조 말에 출간되어 '실리를 위해 도덕을 폐하라'는 파격적인 메시지로 대륙 전역에 화제를 모았으며 현대 중국인의 국민성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학문인 '후흑학'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한 책이다. '뻔뻔함과 음흉학의 미학'을 핵심적으로 보여준다. 원전의 요체를 핵심적으로 압축해 소개하고 있으며, 원전에서 강조하는 '구관육자진언' '주관육자진언' 등 관직을 얻거나 유지하는 데 필요한 후흑술을 재정비해 9가지 처세술로 정리하여 소개하고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
저자소개 신동준 학오學吾 신동준申東埈은 고전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과 사람의 길을 찾는 고전연구가이자 역사문화 평론가다.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탁월한 안목을 바탕으로 이를 현대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조선왕조실록』 등의 고전을 배웠다. 1994년에 다시 모교 박사과정에 들어가 동양정치사상을 전공했고, 이후 일본의 도쿄대학교 동양문화연구소 객원연구원을 거쳐 「춘추전국시대 정치사상비교연구」로 모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21세기정경연구소 소장으로 있는 그는 서울대학교·고려대학교·한국외국어대학교 등에서 학생들에게 동양 3국의 역사문화와 정치사상 등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월간조선>, <주간동아>, <주간경향>, <이코노믹리뷰> 등 다양한 매체에 꾸준히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는 『채근담, 돈이 아닌 사람을 번다』,『삶의 한가운데서 초한지를 읽다』, 조선국왕 vs 중국황제』, 『인물로 읽는 중국 현대사』, 『삼국지, 군웅과 치도를 논하다』, 『춘추전국의 영웅들』(전3권), 『CEO의 삼국지』, 『조선의 왕과 신하, 부국강병을 논하다』, 『연산군을 위한 변명』,『조선국왕 vs 중국황제』,『CEO의 삼국지』역서 및 편저로는 『자치통감 삼국지』(전2권), 『춘추좌전』(전3권),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초한지』,『G2 시대리더십으로 본 조선왕 성적표』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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