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감이 드나. 이 글의 목적은 그러나 이번에도 실패가 반복될 것이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려는 것도 아니다. 필연은 없다. 장차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이어질 테고, 그 결과는 시간만이 알려줄 것이다. 그 시간이 수년일 수도, 수십 년일 수도 있다. 제네바 합의의 경우 합의로부터 파기까지 9년이 걸렸다.
오늘 얘기하려는 건 그 시간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다. 다음주 북·미 정상회담이 시작되니 더 요긴할 게다.
우선
①우리는 북한을 모른다. 전문가들도 북핵이 한반도 적화통일용인지 북한의 체제보장용인지 엇갈린다. 어느 쪽이냐에 따라 접근법이 다를 수밖에 없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리 없다는 게 다수설이나 일각에선 핵을 포기하고 보상을 충분히 받은 후 여력이 생겼을 때 다시 만드는 비용이 핵을 유지하는 비용보다 저렴하다고 주장한다. 탐색, 또 탐색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②합의는 긴 과정(process)의 일부다. 과거에 그랬듯 앞으로도 만남과 합의가 이어질 거다. 제네바 합의가 실패란 인식이 다수지만 “2000년대 영변은 말 그대로 황폐했다. 북한이 아무것도 못 했다”는 주장도 있다. 예단할 일 아니다.
③‘신뢰하라. 그러나 검증하라’(trust but verify)고들 말한다. 북한의 이력을 보면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믿어줄 이유는 없다. ‘불신하라 해서 검증하라’는 태도가 맞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④샴페인을 일찍 터뜨리지 말아야 한다. 곳곳에 돌부리가 산재했다. 글머리에 썼듯 우리의 이해에 어긋날 때도 올 수 있다. 냉정함만이 우리를 감정의 롤러코스터에서 구할 터이다.
고정애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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